‘이사금’, “신라 초기의 왕호(王號). 이 왕호는 제3대 유리왕대부터 사용하여, 제16대 흘해왕 때까지 계속되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유리이사금조에 의하면, ‘이사금’이란 ‘치리(齒理)’라는 뜻이라고 밝히고 있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서양문화에서도 사랑니를 ‘wisdom tooth’라고 명명한 것을 보면, 사랑니를 지혜의 상징이라고 여긴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였다고 볼 수 있다.

사람에게는 보통 32개(28개+사랑니 4개)의 치아가 있다. 과거 신라시대 초기에는 치아의 개수로 임금을 결정하였는데, 이는 치아의 개수가 많을수록 연장자라고 믿었던 탓이며, 연장자는 성스럽고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1500여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정반대로 바뀌었다. 사랑니는 통증을 유발하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일 뿐이며, 치아교정을 위해 사랑니를 먼저 뽑기도 한다. 과거 지혜의 상징에서 현재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이렇게 된 원인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식습관의 변화 때문이라고 보는 학설이다. ‘불’을 다루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식보다는 화식(火食) 위주로 음식이 바뀌고, 음식 자체가 예전보다 부드러워지면서 진화론적으로 치아와 턱이 예전처럼 발달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치아와 턱을 많이 쓸 일이 사라지면서 턱도 작아지고 치아의 개수도 예전처럼 많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설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정부에서 발행하는 표준성장곡선 등을 분석해보면, 식문화가 서구화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평균 키나 체형이 서구화되고 있고, 육류 섭취가 늘어나면서 성인들의 암 발병 부위나 종류가 서양과 비슷한 추세로 닮아가고 있다. 얼굴형도 둥글넙적한 형태에서 달걀형의 갸름한 형태로 변모하고 있어, 음식문화와 얼굴 및 턱뼈의 발달정도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겠다.

그렇다면, 과연 사랑니는 꼭 뽑아야 하는 것인가? 뽑아야 한다면 언제 뽑아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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