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청변카페
[청변카페]나는 언제든 틀릴 수 있다
여명준 변호사·사시 51회  |  nihilly@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624호] 승인 2017.01.23  10:04:0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대학시절 내 꿈은 평론가가 되는 것이었다. 나는 이야기가 좋았고, 김윤식 선생처럼 소설 나라의 백성으로 살고 싶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전자업체에 잠시 근무했지만 돌고돌아 나는 변호사가 되었다.

변호사란 직업은 내가 꿈꾸던 소설 나라의 백성과 비슷한 면이 있다. 끊임없이 사람들의 살아가는,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

변호사로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우게 된 것 중 하나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사람들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똑같은 역사적 사실을 놓고서도 쌍방이 하는 말이 전혀 다른 경우는 정말 많았고, 사실에 대한 평가가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자기중심적으로 재편성해서 기억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느 일방이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억하고 그것이 틀림없는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다.

한번은 구속된 의뢰인을 접견 갔을 때, 의뢰인이 명도집행을 당할 당시 울면서 매달리는데도 집행관이 자기가 기르던 개를 강제로 빼앗아갔다고 개를 찾아달라고 호소한 적이 있었다.

접견 후에 강제집행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을 구해 확인해보니 집행관은 오히려 의뢰인에게 개를 데려가라고 몇번이나 얘기했었고, 오히려 의뢰인이 막무가내로 집행관에게 악다구니를 쓰며 개는 마음대로 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다시 접견을 가서 의뢰인에게 내가 본 동영상을 설명했더니 의뢰인은 그럴 리가 없다며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의뢰인은 자신의 왜곡된 기억이 틀림없는 진실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나 역시 자기중심적으로 생각을 할 것이다. 내 기억이 틀린 것일 수도 있고, 내 생각이 틀린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상대방의 말이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하는 만큼 상대방도 내가 틀린 생각을 강요한다고 답답해할 수 있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나는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법조기자실]조작된 여론, 조작된 양형
2
[동서고금]검찰 인사의 절차적 정의
3
[자유기고]주택임대차분쟁조정제도 고찰
4
[청변카페]변호처 설립에 대한 단상
5
역량을 기르고 지역에 봉사하는 변호사회
Copyright © 2017 대한변협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