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상법에는 소멸시효 및 제척기간이, 형사소송법에는 공소시효가 규정되어 있어 민사·상사사건에서 채권자가 일정한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가 소멸하고, 형사소송사건에서 검사가 일정한 기간 공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형사소추권이 소멸한다. 그런데 종전에는 건설관련 침익적 행정처분에 관하여 행정법에 시효나 제척기간이 규정되어 있지 않았었다. 이에 따라 종전에는 기한의 제한을 받지 않고 언제든지 영업정지, 입찰참가자격제한 등의 침익적 행정처분을 할 수 있었다.

2012년 12월 18일 건설산업기본법 제84조의2를 신설하여, 건설업자의 법령 위반행위의 경중에 따라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부과 및 건설업등록 말소에 관하여 10년, 5년, 3년 등의 제척기간을 규정하여 2013년 6월 19일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건설기술자 및 건설기술용역업자의 법령 위반행위에 대하여 업무·영업정지 또는 등록말소를 규정한 건설기술 진흥법 제24조 및 제31조에 관하여 아직 제척기간을 두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건설업자, 건설기술용역업자 등이 공사감리 또는 건설공사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아니함으로써 부실공사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벌점을 부과하는 같은 법 제53조에 관하여도 제척기간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의 영업정지·등록말소와 건설기술진흥법의 업무·영업정지 및 등록말소의 법적 성격이나 그 목적이 서로 다르지 않음에도 건설기술 진흥법에 제척기간을 두지 않은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

한편, 부정당업자에 대하여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 제27조에 관하여 종전에는 제척기간을 두지 않았으나, 2016년 3월 2일 같은 조에 제4항에 5년 또는 7년의 제척기간을 신설하여 6개월 후부터 시행되었다. 건설산업기본법과는 달리 국가계약법은 위 기간의 법적성격에 대하여 명시하지 않았으나, 건설산업기본법과 마찬가지로 제척기간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국가계약법과 마찬가지로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운영법’) 등에는 아직 국가계약법과 같은 제척기간을 두지 않고 있다. 국가계약법을 적용받는 국가계약과 지방계약법이나 공공기관운영법을 적용받는 지방계약, 공공계약의 성격이 서로 다르지 않다 할 것임에도 지방계약법과 공공기관운영법에 제척기간을 두지 않은 것 역시 형평에 맞지 않다.

이와 같이 제척기간을 두지 않은 건설기술 진흥법, 지방계약법, 공공기관운영법 등에도 조속히 제척기간을 도입하는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제척기간의 규정이 없는 위 법령들이 적용되는 경우에 영업정지 등 입찰참가자격제한의 제재사유가 되는 행위가 종료된 지 상당한 기간 도과하였다 하더라도 제척기간을 둔 다른 법령을 유추적용하여 제척기간이 도과하였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행정청이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영업정지 등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하지 않아 행정청이 영업정지 등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한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은 행정청의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에 의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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