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6.12.29. 선고 2015도624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자신이 근무하는 소아과 진료실에서 ①교복치마를 입고 의자에 앉아 진료를 받던 14세인 여성피해자를 진찰하면서 다리를 벌리고 진료의자를 움직여 피해자에게 다가와 피해자의 무릎에 피고인의 성기를 밀착시키고, ②복부 촉진이 필요함을 이유로 피해자를 진료 침대에 눕게 한 후 손으로 피해자의 배꼽 주변을 누르다가 피해자의 팬티 안에 손을 넣어 음모가 난 부위를 만짐으로써, 치료를 빙자하여 위계로써 청소년인 피해자를 추행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2. 제1심 판결의 요지

제1심은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피해자에게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피고인을 고소할 특별한 동기가 있다고 보이지 않으며,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합의 등을 요구한 적도 없는 점 등을 들어 피해자의 증언 등을 신빙하면서, 굳이 복부 촉진이 필요하였는지 의문이 드는 점, 필요하였다 하여도 통상적인 복부 촉진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인의 행위는 추행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추행의 범의가 인정된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3. 원심 판결 및 대상 판결의 요지

원심은 먼저 환자의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진료 및 치료과정에서 이루어진 의사의 행위에 대해서는 그 행위가 환자의 인식 여하에 따라서 추행으로 오해되거나 비판받을 소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것이 치료와 무관하거나 치료의 범위를 넘어 환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려는 의도하에 이루어진 추행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이 필요하고, 검사의 증명이 그 점에 관한 유죄의 확신을 갖기에 충분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그 전체적인 치료과정에 다소 석연치 아니한 면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원심은 피해자는 자신의 무릎에 딱딱하고 뜨거운 것이 닿는 것을 느꼈다고 하여 피고인의 발기된 성기가 무릎에 닿았다는 취지로 진술하나 피고인은 당시 청바지를 입고 있었으므로 피해자의 느낌이 객관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복부 촉진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이 수사과정에서 제1심, 원심에 이르면서 점점 묘사가 풍부해지고 단정적으로 변화한 점, 원심의 전문심리위원은 당시 진찰되었던 피해자의 증상을 고려할 때 복부 촉진의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출한 점 등을 들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가 추행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에게 추행의 범의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법칙과 경험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지지하였다.

 

4. 대상 판결의 의의

본 사안 발생 당시에는 관련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있기 전이었으므로 피고인의 유죄가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10년간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는바 피고인이 강력하게 무죄를 주장한 사건으로서, 대법원은 2년 가까운 심리 끝에 무죄로 판단하였다.

대상 판결에서 대법원은 의사의 행위가 진료에 필요한 행위였다면 이로 인하여 환자가 다소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이를 추행행위로 평가할 수 없고 의사에게 추행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다.

대상 판결은 진료 및 치료과정에서 이루어진 의사의 행위가 정당한 진료 및 치료행위임에도 환자의 인식 여하에 따라서 추행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것이 치료와 무관하거나 치료의 범위를 넘어 환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려는 의도 하에 이루어진 추행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이 필요하다는 형사법의 대원칙과 함께, 만약 검사의 증명이 법관이 유죄의 확신을 갖기에 충분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의 입장(2010도14487 판결 등)을 다시 한번 확인한 점에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