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로 일할 때의 일이다. 대구를 거쳐 부산으로 국정감사를 가게 됐다. 늦은 밤, 부산역에 도착하니 법원과 검찰 쪽에서 마중 나와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법조라는 게 워낙 좁은 동네라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때 비법조인 출신 법사위원인 노회찬 의원이 있었다. “(법조인 출신 의원들에게)국감이 홈커밍 데이군요.” 귓속말로 건네 들었던 그때의 충격은 여전하다. 법조라는 폐쇄적 공동체주의,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을 거쳤다는 오만한 선민의식, 전문성을 방패삼는 과도한 특권의식… 미처 법조인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외부적 낙인이다.

철학자 도널드 숀은 “(사회가 특정 분야의 전문성과 배타성을 용인했던) 대타협에 균열이 가고 있다”며 “전문직에게 계속 특권과 특혜를 줘야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묻는다. 사회학자 키스 맥도널드는 “전문직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자신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도록 사회를 설득했지?”라고 되묻는다. 변호사들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전에 세상이 먼저 변하고 있다.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법률시장이 자유화됐다. 변호사가 더 이상 법률 업무를 독점하지 못한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도 법률 관련 회사를 소유하고 운영할 수 있으며, 법무법인은 증권시장에 주식을 상장하거나 사모펀드 등에서 외부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 시장이 흔들리고 있는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법적 도움을 받은 개인 중 거의 3분의 2가 전통적 법무법인보다는 생소한 비법률회사를 선호했다.

2007년 통과된 리걸 서비스 액트(Legal Services Act)에 따라 영국에서 합법화된 대안 법률회사는 리버뷰 로(Reverview Law) 덕분에 변호사 자격을 갖춘 사람을 전통적 법무법인보다 낮은 고정급을 주고 고용 및 배치할 수 있다. 옥스퍼드대학 베일리얼 컬리지에서 법률 및 박사학위를 받았고, 옥스퍼트 인터넷 연구소 최고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는 아버지 리처드 서스킨드와 아들 대니얼이 30년간의 연구 끝에 완성한 ‘4차 산업혁명 시대-전문직의 미래(위대선 옮김, 와이즈베리)’는 법률 서비스의 미래를 이렇게 정리한다. “발전한 시스템, 또는 기술이나 표준화된 절차의 도움을 받는 비교적 저렴한 인력, 또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도구로 무장한 일반인이 전통적 변호사를 대부분 대체할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 무인자동차 등 새로운 미래는 새로운 철학적,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전문직의 미래, 변호사의 미래 또한 마찬가지다. 서스킨드 부자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하나는 전문직이나 전문직을 대체하는 사람이 윤리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방식으로 기술을 사용해도 되는지의 여부다. 둘은 기술 기반 인터넷 사회에서 누가 실용적 전문성을 소유하고 통제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한쪽엔 ‘자유화’가 있고, 반대편엔 ‘통제’가 있다. 논의는 이미 여기까지 진전돼있다. 여태껏 한국 사회에서 법조 전문직의 권한과 범주에 대한 통제권은 사실상 법조계의 몫이었다. 전속적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더 이상 우리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제 법률서비스는 자격증 소지자의 몫일 수만은 없다.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진화론은 로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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