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취재를 마쳤지만 아쉽게도 지면에 담지 못한 기사거리가 여럿 있다. 그 중 가장 아쉬움이 남는 것이 청년 변호사 기획이다.

시시각각 새로운 스트레이트 기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기획기사가 지면에 들어가기 위해선 꽤나 치열한 내부 경쟁을 거쳐야 한다. 특히나 요즘처럼 큰 이슈가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시의적절’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획기사만이 살아남는다. 청년 변호사 기획은 “왜 지금 이 문제를 다뤄야하느냐”는 질문에서 첫 난관에 부딪혔다. 독자들이 공감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컸다.

치열해지는 생존 경쟁에 따른 변호사들의 고충은 소위 ‘가진 자들의 배부른 푸념’으로 치부되곤 한다. 대중들에게 변호사라는 직업은 여전히 판·검사, 의사와 함께 이른바 ‘사자 돌림’ 전문직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조 기자로 취재를 하며 만난 젊은 변호사들로부터 “내가 이러려고 변호사가 됐나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들을 때는 그저 웃어넘기기 어려울 때가 많다.

지난해 5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난 변호사들의 수입 현황은 변호사에 대한 환상을 깨기에 충분했다. 당시 응답자의 52%는 자신의 월 소득이 300만~600만원 사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9%는 월 소득이 300만원 이하라고 밝혔다. 청년 변호사들의 소득 수준은 이 중에서도 낮은 편에 속할 것이다. 가뜩이나 비싼 로스쿨 학비와 오랜 시간을 들여 변호사가 됐지만 돌아오는 보상이 기대에 못 미쳤을 때 느껴지는 박탈감은 다른 이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감정일 것이다.

그럼에도 청년 변호사 기획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바는 그들의 도전과 희망이었다. 취재 중 만난 한 30대 변호사는 대기업 사내변호사를 거쳐 현재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업체 등을 대상으로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사내변호사를 채용하기 어려운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일종의 ‘아웃소싱 사내변호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다시 연락해보니 꾸준히 고객이 늘고 있어 추가로 변호사를 채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존 법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일찌감치 온라인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법률상담 플랫폼을 개발한 30대 변호사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곳곳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레드오션’ 속에서 ‘블루오션’을 개척하려는 노력들이 하나둘 성과를 거두고 있다.

16일 선거를 앞둔 차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후보들도 여러 청년변호사 일자리 창출 방안을 내놓고 있다. 두 후보들이 내놓은 방안들이 공약(空約)에 그치지 않길 기대한다. 그리고 새해에는 청년 변호사들의 도전과 희망을 기사로 담을 기회가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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