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하면 흔히 해수면 상승, 유빙(流氷) 위의 북극곰, 기상이변, 파리협정 등을 떠올리게 된다. 그 중에서도 기후변화의 주원인으로 지적되어온 온실가스의 감축을 통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인 2℃보다 낮게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2015년 말 채택된 파리협정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노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 논의는 주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 FCCC) 당사국 회의(COP)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동 협약 사무국은 독일 본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파리협정 체결 과정에서 제네바 소재 국제기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향후 협정 이행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기후변화 논의와 관련된 제네바 소재 국제기구 가운데 우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패널(IPCC)을 들 수 있다. IPCC는 1988년 기후변화 현상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기후변화의 잠재적인 환경 및 사회·경제적 영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공동 창설하였다. IPCC(회원국 195개)의 사무국 직원은 13여명 정도에 불과하나 회원국 과학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기후변화 논의에 과학적 기초를 제공하는 스마트한 조직이며, 현재 우리나라 출신 이회성 박사가 의장을 맡고 있다.

IPCC는 5차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의 주원인이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임을 확인하였고, 향후 파리협정의 국가별 이행방안에 대한 중간점검 등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기후변화 논의에 있어서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파리협정 이행과 무역규범과의 관계일 것이다. 파리협정의 국별기여방안(NDC)은 온실가스 배출 억제와 청정에너지 개발, 친환경적 제품과 서비스의 장려 등을 포함하고 있어 국제무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파리협정 발효와 더불어 기후변화 체제와 WTO로 대변되는 무역체제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한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WTO 내 무역과환경위원회(CTE)에서는 다자환경협약과의 상호협력 방안을 논의해왔으며, 특히 2000년대에 들어 환경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자유화 방안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현재는 주요국간 입장 차이로 수년간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17개국이 복수국간 협상을 통해 환경상품에 대한 관세감축·철폐를 위한 환경상품협정을 추진했다. 작년까지 집중적인 협상을 벌였으나 환경상품 품목과 관세 감축 일정 등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함에 따라 금년 내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환경상품협상 참여와 더불어 캐나다·코스타리카·멕시코·대만 등과 함께 WTO CTE에서 무역과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를 제안하는 등 동 이슈에 대한 국제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편, 제네바 소재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인권문제와 기후변화와의 관계를 논의해오고 있다.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이슈인 만큼, 인권이사회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노력과 관련된 중요한 논의들이 제네바 소재 여러 국제기구에서 논의되고 있다. 올해부터 파리협정의 이행을 위한 협상이 본격 진행되는 만큼, 동 이행 협상과 함께 무역·인권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주요 이슈의 논의 동향에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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