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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채근담]헌법재판소의 어제와 2017년
이시윤 변호사  |  sylee@draj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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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호] 승인 2017.01.09  10: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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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0월 현행 헌법이 제정되면서 헌법재판소가 생겨났다.

헌법재판소법의 제정일은 1988년 8월 5일, 시행일은 동 9월 1일 부터임에도 불구하고 설립준비조차 진행되지 않았고, 이를 언론이 크게 지적하고서야 놀라 준비를 시작하였는데, 그 때가 1988년 9월 10일 경이었다. 그리하여 9월 18일 노태우 대통령의 임명장 수여로 헌법재판소장과 상임재판관 5인, 그리고 비상임재판관 3인으로 구성돼 처음 출범하게 되었다.

당시 국가와 국민의 관심 밖의 기관이었던 헌법재판소 청사는 구 헌법위원회가 사용하던 중구 정동의 법조회관 12층, 단 한층의 사무실이었다. 빌딩 앞 간판도 없이 12층 엘리베이터 맞은편에 초라한 나무 판때기가 전부였다.

대법원이 위헌재판을 하며 엄청난 시련을 겪은바 있어, 1987년 개헌 당시 정치재판에서 손 뗄 의사를 표하여, 독일을 모델로 한 헌법재판소가 생겨나게 되었는데, 두 최고재판소의 관계가 정립 돼 재판은 헌법소원에서 배제되고, 법원에 의한 위헌법률제청사건은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헌법재판소가 개점휴업의 구 헌법위원회처럼 휴면기관화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트라우마도 있었다.

‘태어나서는 안 됐을 사생아적인 기관’이라는 평도, ‘다음 개헌 시 손 볼 기관이 된다’는 폄하도 있었다. 이에 상임재판관들은 각고의 노력으로 악법으로 정평이 난 사회보호법 사건 등을 유치하기도 하고, 검사의 불기소처분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이론 구성을 하며 한적함을 면할 수 있었다. 나아가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현재 박사의 적극적인 배려로 독립청사도 확보하였다.

구색이 갖추어 지면서, 국가보안법상 고무찬양죄에 대해 표현의 자유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의 조화점을 찾는 한정합헌 결정을 하며 이 취지에 따른 국가보안법 개정의 성과를 거두었고, 전두환 시대의 국제그룹 해체 사건은 공권력의 반 헌법적 폭거임을 각인하는 등으로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

교원의 노조활동금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6:3 합헌으로 결론이 났지만) 사대부고 체육실습장을 법정으로 만들어 공개변론을 한 일도 있었고, 국회의 ‘날치기’ 법률통과 사건 당시 헌법재판소 상임재판관이 국회 현장검증을 나간 희한한 일도 있었다.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된 오늘날의 헌법재판소는 격세지감이 들 정도로 그 위상이 달라졌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에 이어 오늘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은 옛말로 역성혁명(易姓革命)의 시도라고 할 중대국사이고, 주변 미·일·중·러 등 4강의 힘의 균형에 파장이 생길만한 큰 이벤트다. 검찰수사, 국회특조위 조사, 특검 등 산더미같은 자료의 쓰나미가 몰려 오는데다가 촛불·맞불시위라는 드높은 파도로 크게 혼란스럽다. 현 상황이 헌법재판관에게는 사실심 겸 헌법심으로서 바른 사실 확정과 올바른 법 적용에 대한 책무라는 실로 무겁고 큰 짐일 것이나, 한편으로는 사법관 생애에 다시 오지 않을만한 큰 사건에서 기념비적인 소신을 펼 기회임에 비추어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세계가 주시하는 이 역사적 재판에서 헌법과 법률의 잣대에서 벗어나지 않는 법치의 재판, 바람과 열기에 쫓겨 날림이라 비판받지 않을 재판, 이른바 여론에 흔들림 없는 초연한 재판을 기대한다. 소크라테스는 친절하게 듣고, 빠진 것 없이 대답하며, 냉정하고 공평하게 판단하는 것을 재판관의 덕목으로 꼽았다. 2017년 오늘, 헌법재판소가 어렵겠지만 이 덕목을 제대로 실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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