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소송에서는 세 가지 발명이 등장한다. 원고는 ‘특허발명’이라는 칼을 들어 피고의 ‘확인대상발명’을 겨눈다. 번득이는 칼에 위협을 느낀 피고는 ‘선행발명’이라는 방패를 든다. 이들은 모두 ‘발명’이라는 동일한 언어로 표현되지만, 그 내용이 담긴 형태, 특정되는 방식 및 시점에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를 비교하여 살펴보면 특허소송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특허발명’은 원고의 특허명세서의 ‘특허청구범위’를 말한다. 이 말의 의미는, 특허명세서 중 발명의 상세한 설명이나 도면에 기재된 발명이더라도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되지 않은 발명은 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끔 특허소송 실무에서 이를 망각하고 쓸 수 없는 칼을 휘두르는 경우가 있다. 고객 회의에서 담당자가 그러는 경우도 있지만, 대리인 서면에서도 그런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스스로 불리한 것을 알기에 억지 주장을 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는 만큼 이런 실수가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확인대상발명’은 피고의 제품·서비스를 ‘특허발명’과 대비되는 형태로 원고가 특정한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설명했듯이 고객이 제공한 상대방 제품·서비스를 그대로 특정하면 집행에 낭패를 볼 수 있다. 침해자가 판결을 무력화하기 위해 제품·서비스를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정가능성이 있는지, 수정된 서비스·제품들도 침해가 성립되는지, 침해가 성립되는 서비스·제품들도 금지대상으로 특정할 것인지를 검토한 후 특정해야 한다.

‘선행발명’은 ‘특허발명’의 출원일 전 공개·공지된 것으로서 ‘특허발명’의 신규성·진보성을 탄핵하는 자료로 사용되는데, 그 형태와 종류가 다양하다. 논문이나 특허, 책, 제품 소개 팜플렛, 기타 다종다양한 자료가 형태를 불문하고 ‘선행발명’이 될 수 있다. 형태는 불문한다 해도 ‘완성된 발명’이 아닌 내용이라도 ‘선행발명’이 될 수 있을까?

‘특허발명’은 등록받은 발명이고, ‘확인대상발명’은 ‘특허발명’과 대비되도록 특정하는 것이므로, 모두 ‘완성된 발명’이다. 하지만, ‘선행발명’은 꼭 그렇지 않다. 대법원은 “미완성 발명 또는 자료의 부족으로 표현이 불충분하더라도 통상의 기술자가 경험칙에 의하여 극히 용이하게 기술내용의 파악이 가능하다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2011. 1. 13. 선고 2009후1972 판결).

한편 탄생시점은 반드시 ‘선행발명’, ‘특허발명’, ‘확인대상발명’ 순서다. ‘선행발명’이 ‘특허발명’ 출원일 ‘전’ 공개·공지되는 것이고, ‘확인대상발명’은 ‘특허발명’ 출원일 이후 탄생했다는 죄로 공격당하는 것이므로. ‘특허발명’은 출원일이 늦어질수록 더 많은 ‘선행발명’을 만나게 된다. 따라서 신속한 출원이 중요하다. 그래서 신속하게 출원했는데 발명 내용이 진화하면? 그럴 땐 우선권 주장 출원을 할 수 있다. 먼저 출원한 선출원의 발명 내용에 진화된 발명 내용을 합하여 출원하면서 선출원에 대해 우선권을 주장하면, 선출원의 발명에 대해서는 출원일을 소급해서 판단해주는 제도다.

특허소송에서 원고 특허가 우선권 주장 출원인 경우에는 칼로 사용할 ‘특허발명’의 출원일이 소급되는지 잘 살펴야 한다. 출원일 소급 여부에 따라 ‘선행발명’ 자격 시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좀 더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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