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두42817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와 A사, B사는 2005년 2월 경부터 2010년 11월 경까지 임원모임 및 영업팀장모임과 사후연락 등을 통하여 냉연강판(산세강판, 미소둔강판, 일반냉연강판을 포함)의 기준가격을 동일,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하기로 하는 합의를 하였다. 공정위는 이 합의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의 부당한 공동행위임을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내렸다. 이에 원고는, 운송은 고객의 선택에 따라 원고가 별도 제공하는 서비스고, 임가공판매대금은 열연강판의 매입가격이나 임가공비 내지는 마진에 따라 달라지므로 합의 대상인 기준가격과 무관하므로, 운송비 상당액과 임가공거래에 따른 매출액을 이 사건 관련매출액에서 제외하여야 한다고 다투었다.

 

2. 원심 및 대법원 판결의 요지

공정위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사업자에게 위반기간 동안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판매한 관련 상품 또는 용역의 매출액(이하 ‘관련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 ‘관련매출액’은 사업자의 회계자료 등을 참고하여 정하되, 그 범위는 행위유형별로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종래 이에 대해 “(관련)매출액 산정의 전제가 되는 관련 상품 또는 용역의 범위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사업자 간의 합의의 내용, 부당한 공동행위로 인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상품 또는 용역의 종류와 성질, 용도 및 대체가능성과 거래지역·거래상대방·거래단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두1126 판결 등)”는 일응의 기준이 천명된 바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운송비와 관련하여 통상적으로 상품의 판매에는 소비자에게 인도하는 과정에서 운송이 필요하므로, 운송비가 특정 상품판매와 별개의 관련상품 또는 매출액을 구성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그 상품 판매대금의 구체적 구성, 거래 당사자들의 인식이나 거래관행에 비추어 그 상품의 운송서비스가 상품판매와는 전혀 별개의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하는 점, 이 사건 냉연강판 판매시장에서는 판매자가 직접 운송해주거나 별개의 운송업체를 통해 운송하는 사례가 많으며, 원고 등 철강업체가 운송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해주어 운송비 지원을 실질적인 판매가격 할인 방편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운송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거나 구매자가 원고에게 운송비를 포함한 냉연강판 판매대금 일체를 지급한 경우에, 운송비 부분은 회계자료상으로 ‘판매에 관한 비용’에 해당하므로 관련상품인 냉연강판 판매에 관한 매출액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냉연강판 운송비 부분을 관련매출액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았다.

다음으로 미소둔강판과 관련된 임가공 판매대금에 관하여는, 이 사건 임가공 거래는 원고가 위탁자인 A사로부터 열연강판을 구입, 가공하여 다시 A사에게 완제품인 미소둔강판을 판매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그 거래의 실질에 있어서 일반적인 미소둔강판 매매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기 어려운 점, 통상적인 임가공 판매대금은 제조원가에 해당하는 열연강판 가격과 임가공비용에 임가공 이윤을 더하여 결정되겠지만, 이 사건에서는 동일한 업체로부터 열연강판을 매수하고 다시 미소둔강판을 재판매하는 법적 형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원고가 이러한 재판매 가격을 결정함에 있어서 미소둔강판 시중 판매가격을 고려하여 적어도 그 한도 내에서 정할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임가공 거래가 공동행위 가담자들 사이에 이루어졌으나 매매의 형식을 취한 이상 결국 기준가격을 토대로 형성된 시중가격을 고려할 여지가 크므로, 기준가격 또는 시중 판매가격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봄이 타당한 점, 이와 다른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각 임가공 판매가격과 미소둔강판의 일반 판매가격 사이의 격차가 상당하다는 점에 관한 자료도 전혀 제출되지 않은 점, 그 밖에 철강재의 원자재적 특성상 같은 철강제품 생산자들 사이의 거래가 빈번할 수밖에 없어 같은 철강업체 사이의 상품거래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판매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형식상 임가공 거래나 위탁거래라고 하여 일반 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격과 무관하게 가격이 결정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이 사건 임가공 판매대금 역시 관련매출액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3. 대상판결의 의의

공정거래법 위반시 형사 벌금의 최고한도는 2억원인 반면, 과징금은 (공정위 잠정 부과기준으로) 2016년 단일 건 최고 1조원이 넘게 부과될 정도로 그 부담이 크다. 따라서 과징금 산정의 기초인 관련매출액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가 공정위와 법원에서의 쟁송단계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쟁점 중 하나다. 법원이 종래 제시한 판단 기준은 상당한 불확정 개념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구체적인 선례의 축적이 중요하다.

그러한 차원에서 본 판결은 대상합의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거래관행과 회계처리, 가격 결정 고려사항에 대한 합리적인 상식 등), 관련매출액에 대한 공정위의 ‘일응의 증명’이 어느 선에서 인정되며, 어떤 증거를 제시하여야 일응의 증명을 복멸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구체적인 증거 판단 과정에서 밝힌 또 하나의 중요한 선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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