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6.04.12. 선고 2015두50061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와 A사(A사는 원고가 제작한 옥외자동검침시스템의 설치, 유지, 보수 및 판매를 주요 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회사임)는 2007년 8월 9일경부터 2013년 3월 13일경까지 지방자치단체 상수도 사업본부에서 발주한 총 66건의 옥외자동검침시스템 구입·설치 입찰(이하 ‘이 사건 입찰’)에 참가하면서 원고를 이 사건 입찰 중 62건의 입찰의 낙찰예정자로, A사를 나머지 4건의 입찰의 낙찰예정자로 결정하고 그 투찰가격을 합의(이하 ‘이 사건 공동행위’)하였다. 위 합의의 실행결과, 원고는 62건의 입찰 중 54건의 입찰에서, A사는 4건의 입찰 중 3건의 입찰에서 각 낙찰을 받았다.

2. 원심 및 대법원 판결의 요지

원심은 ① 원고와 A사는 사실상 하나의 사업자에 해당하고, 옥외자동검침시스템의 독점적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는 원고로서는 유찰 시에도 어차피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에 A를 들러리로 세워 당해 입찰의 유찰을 방지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해 원고와 A사 간 경쟁이 감소되었다고 볼 수 없는 점, ② X사 등 7개 사는 옥외자동검침시스템에 대한 독자적 생산능력이 없어서 이들이 낙찰을 받더라도 옥외자동검침시스템을 정상적으로 공급할지 여부는 온전히 유일한 생산자인 원고가 X사 등 7개 사와 거래할 의사가 있는지에 달려있으므로, 원고와 X사 등 7개 사가 유효한 경쟁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③ Y사가 옥외자동검침시스템에 대한 생산을 시작하고, 이 사건의 각 입찰에 참여하기 시작한 후에는 원고가 유찰방지 목적으로 A사를 들러리로 세울 필요가 없었고, Y사와 실질적인 경쟁이 이루어졌다는 점 등의 사정을 볼 때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한 경쟁제한성이나 그 우려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내려진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등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한 경쟁제한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에 환송하였다.

먼저, 대법원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의 ‘경쟁제한성’은 당해 상품이나 용역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공동행위로 인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을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아울러 “입찰담합에 관한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는 입찰 자체의 경쟁뿐 아니라 입찰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경쟁도 함께 보호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다”는 기존의 법리도 재확인하였다.

이러한 두 가지 법리하에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경쟁제한성이 인정된다고 본 사유는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공동행위가 없었더라면 이 사건의 각 입찰에서 재입찰이 실시되어 원고 또는 A사 이외의 다른 사업자들이 이에 참여하여 가격경쟁을 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각 입찰은 입찰참가자의 요건으로 ‘옥외자동검침시스템을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고, X사 등 7개 사는 원고로부터 시스템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이행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X사 등 7개 사가 옥외자동검침시스템의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점 만으로는 원고 또는 A회사와 유효한 경쟁관계에 있지 아니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③ X사 등 7개 사와 Y가 입찰에 참가하여 낙찰을 받은 사안에서 이들의 투찰률은 원고와 A사가 이 사건 공동행위를 통해 합의한 투찰률에 비하여 낮았고, 실제로 Y사가 입찰에 참가하여 낙찰을 받은 이후 원고와 A사가 이 사건의 일부 입찰에 참여하면서 기존의 투찰률보다 낮추어 투찰하였으므로, 원고와 A사가 이 사건 공동행위를 통하여 유찰을 방지하지 않았더라면 유찰 후 재입찰, 재공고 입찰 또는 수의계약과정에서 계약금액이 낮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등이다.

3. 대상판결의 의의

올해 발간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사건처리통계연보(2015)에 따르면, 입찰담합은 2013년 이래 일반적인 가격담합행위를 제치고 가장 빈번하게 적발·시정된 유형의 담합이다(2013년 이래 전체 담합 시정실적의 과반수를 차지함). 특히 입찰담합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이기도 하지만, 형법상 입찰방해죄(제315조)나 특히 건설공사 담합의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죄(제95조 등)에도 해당한다. 그래서 공정위의 형사고발 조치를 기다리지 않고 검찰에서 직접 인지하는 사례도 더러 나타나고 있다.

입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가격경쟁이므로, 가격경쟁을 통해서 낙찰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열려 있고 이를 입증할 수 있다면 입찰에서의 가격경쟁을 방해하는 것에 대하여 경쟁제한성을 부인할 방법은 찾기 어렵다. 다만, 우리가 감히 우리 시장에서의 빈번한 현상이라 말할 수도 있을 입찰담합이라는 문제에 접근함에 있어서, 업체들의 ‘불공정한’ 행동 패턴이 거듭되는 제재와 처벌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타나는 이유를, 조금 더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늦지 않게 들여다 볼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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