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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평가제 히스토리(2)]판사의 불공정한 재판이 불러온 ‘법관평가제’
하창우 변협 협회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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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호] 승인 2016.12.26  11: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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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중순 나에게 걸려온 홍 변호사의 음성은 매우 흥분돼 있었다. 자신은 개업 2년차인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라고 밝히면서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손해배상사건의 원고소송대리인을 맡아 너무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변론준비절차에서 주심판사가 채택한 감정신청을 재판장인 정 판사가 다른 준비기일에 들어와 원고 청구가 이유 없다며 “돈 들여 감정신청해 봤자 내가 안 믿는다”며 철회할 것을 강요하였다는 것이다. 홍 변호사가 항의하자 정 판사는 “말귀를 못알아 듣느냐”, “돈이 썩어나냐”고 하면서 이미 제출된 모든 증거를 가져가라고 명령했다고 했다. 정 판사는 홍 변호사의 주장을 전혀 듣지 않는 반면, 피고소송대리인이 할 말을 다해주어 피고소송대리인은 가만히 서있기만 한다고 하소연했다.

나는 구체적 사정을 알기 위해 진정서를 작성해 제출하라고 했다. 2008년 10월 23일 홍 변호사는 본문만 18장이 되는 ‘북부지방법원 제OO민사부 정OO 판사의 2008가합OOOO호 사건과 관련한 위법 불공정한 재판진행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매우 긴 진정서를 가지고 나를 만나러 왔다. 알고 보니 재판장은 피고소송대리인과 대학교와 사법연수원 동기관계로, 같은 임지로 부임하였고 서울고등법원 판사와 서울지방법원 판사를 같이 역임하는 등 27년지기라고 했다. 재판장은 재판 도중 연필로 홍 변호사를 가리키며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말라”, “내 허락 없이는 한 마디도 하지 말라”며 고성을 지르고 모욕감을 주는 등 너무나 노골적이고 불공정한 재판진행을 하였다는 것이다.

다음날 나는 이 진정서를 들고 김OO 서울북부지방법원장을 만나러 갔다. 법원장에게 진정서 사본을 드리면서 재판이 심히 불공정한 것 같으니 사건을 재배당해달라고 요구했다. 법원장은 재판장에게 재배당을 권고해 보겠다고 했다. 며칠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어 법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법원장은 재판장에게 재배당을 권고했지만 오히려 “법원장이 왜 재판에 간섭하느냐”고 항의했다고 했다. 나는 이러다가 이 사건이 문제될 것 같다는 말을 하고 대화를 끝냈다.

그러던 중 홍 변호사는 자신이 아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 사건을 말했고, 동아일보 기자도 직접 법정에 들어가 재판하는 광경을 보았는데 자신이 보아도 재판진행이 너무 고압적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며칠 후 나는 서울법원청사 2층 기자실 앞을 지나다가 조선일보 기자를 만났는데, 그 기자도 이 사건을 알게 돼 동아일보 기자와 함께 취재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재판장과 변호사가 싸우는 일은 종종 있기 때문에 특별히 기사로 쓸 일은 아니라고 했다.

이 때 나는 조선일보 기자에게 “판사들이 불공정한 재판을 하는 것을 견제하려면 ‘법관평가’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기자는 “법관평가가 뭔가요?”라고 물었다. 당시만 해도 법관평가라는 용어는 생소했다. 법관평가에 대해 잠시 설명을 했더니 이 사건과 연결하면 기사를 쓸 수 있다고 하면서 법관평가에 관한 자료를 달라고 했다. 자료를 받아본 조선일보 기자는 법관평가에 관해 기사를 쓰겠다고 했고, 동아일보 기자도 기사를 쓰겠다며 자료를 보내달라고 했다.

2008년 11월 18일 조선일보는 12면에 ‘법관평가제 부른 어느 판사의 재판’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날 동아일보는 13면에 “법관평가 실시, 평가능력 있나. 변호사회 회장 ‘편파재판 잇따라’ 법원장에 직접 항의”라는 제목으로 법관평가제를 최초로 소개한 기사를 게재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하창우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이날 재판에 앞서 법원장을 찾아가 불공정한 재판 진행에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법정 싸움이 법원과 변호사회의 대립으로까지 번지게 된 것”이라고 쓰면서 “법관평가란 변호사들이 모든 판사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대법원에 알려 ‘불량판사’를 가려내겠다는 것. 판사의 지식, 태도, 품성, 공정성 등에 대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이미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동시에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법관평가를 실시한다는 기사를 게재하자, 법관평가를 계기로 변호사회와 법원의 갈등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언론보도가 계속 나왔다. 변호사들이 어떻게 법관을 평가할 수 있느냐, 평가할 능력이 있느냐며 법원의 공격이 시작됐다.

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법원행정처에 법관평가에 대해 문의했으나, 법원행정처는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여서 어떠한 답도 할 수 없었다.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은 나에게 전화를 하여 법관평가에 관한 자료를 줄 수 없느냐고 했지만 나는 완곡하게 거절했다. 이때의 거절로 나는 법관평가결과를 정식절차로 전달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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