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3두35020 판결

1. 사안의 개요

대규모유통업자인 A사는 2007년 11월 경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던 납품업자들에 대해 판매장려금, 판매수수료와 물류대행수수료 등의 인상을 요구하였지만, 납품업자들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2008년도 거래를 지속하면서, ①서면계약서 미교부행위 (52개 납품업자와 2008년 1월 1일부터 최소 6일에서 최대 48일 동안 판매장려금, 판매수수료 등을 기재한 기본 서면계약서의 교부 없이 거래), ②물류대행수수료 등 거래조건을 서면계약서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거래한 행위(32개 납품업자와 2008년 1월 1일부터 최소 23일에서 최대 28일 동안 물류업무대행 수수료 등 거래조건을 서면계약서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거래. 기본계약서 자체는 교부), ③서면약정 없이 종업원을 파견 받은 행위 (6개 납품업자와 2008년 1월 1일부터 2008년 12월 31일까지 특정매입거래를 하면서 파견종업원의 업무 내용, 노동 시간, 파견 기간 등 파견 조건에 관하여 사전에 서면으로 명확히 약정하지 않은 채 총 145명의 종업원을 파견 받음) 등의 행위를 하였고, 이에 대해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 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A사에 시정명령, 공표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위 ③ 행위 한정)을 부과하였다.

2. 원심 및 대법원 판결의 요지 : 청구기각, 상고기각(공정위 처분 적법)

이 사건의 원심(서울고등법원 2013. 9. 13. 선고 2013누3568 판결)은, ① 서면계약서 미교부행위 ② 물류대행수수료 등 거래조건을 서면계약서에 포함시키지 않은 행위는 거래상지위남용행위로서 불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A사가 그와 같은 상태에서 거래를 계속할 경우, A사가 사후에 불리한 조건을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하더라도 납품업자들의 입장에서 A사와 지속적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고 분쟁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A사는 납품업자들과 적어도 계약 기간을 1년간 유지함에는 합의하였으므로 그와 같이 합의가 성립한 부분에 관하여 먼저 기본 계약서를 작성한 다음, 판매장려금 등에 관하여 추후 합의가 이루어지면 이를 보충함이 타당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③ 사전 서면약정 없이 종업원을 파견 받은 행위 역시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로서 불이익 제공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는데, 이와 같은 상태에서 거래를 지속함에 따라 분쟁의 소지가 생겼고, A사가 종업원 파견에 관한 서면약정을 실수로 누락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해당 납품업자들이 A사에게 보낸 업무협조전의 내용, 발송 시기 등에 비추어 자발적으로 종업원을 파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고 A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3. 대상판결의 의의

이 사건은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의 시행(2012년 1월 1일) 전에 있었던 행위를 소위 불공정거래행위와 관련된 일반법이라 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한 사례이다. 공정거래법은 우리 거래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공정하거나 부당한 거래행위를 제23조 제1항에서 크게 여섯 가지 유형(연혁적 특수성이 있는 부당지원행위는 제외, 일반 조항은 포함)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소위 ‘갑을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행위들은 거래상지위남용행위라고 부르는 제4호에서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다만, 사회적으로 특정 유형의 사업 내지는 거래유형이 발달하여 일반 경쟁법의 관점에서의 규제보다 특별법의 제정을 통한 규제가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별도의 법령(가령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2016년 12월 23일에 시행된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도 같은 맥락에 있음)을 제정, 시행하면서, 그 안에 주로 문제가 되는 특정한 불공정거래행위를 해당 법의 위반행위로서 열거하고 있다. 동시에 이들 특별법에서 직접 규제하고 있는 유형의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의 일반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특별법의 조항을 우선적용함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자나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항시 공정거래법과 해당 특별법 및 당해 거래에 적용될 수 있는 다른 특별법의 조항들을 확인하고, 행위의 의미와 위법성에 대한 판단 기준을 관련 심사지침이나 유사한 행위에서의 판단 선례(법원 판결례, 공정위 심결례 등)를 통해서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