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개인 영역을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했다고 한다.

첫째, 45cm 이내의 밀접한 거리(intimate distance)는 상대의 냄새, 체온, 숨소리를 감지할 수 있고, 애무나 포옹이 가능하여 사랑하고, 위로하고, 공감하는 거리로 부모 자식간이나 연인사이에 허용되는 거리다. 또한 상대를 위협하거나 공격하는 격투의 거리이기도 하다. 둘째, 45cm~1.2m 이내의 개인적 거리(personal distance)는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정도의 거리로 친구나 가족 사이의 거리다. 셋째, 1.2m~3.5 m 이내의 사회적 거리(social dis tance)는 직장생활과 같은 업무를 진행하기에는 충분하지만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기에는 먼 거리다. 넷째, 3.5m 이상의 공적인 거리(public distance)는 대중연설을 하기에 적합한 거리로 보고 들을 수는 있으나 접촉은 허락되지 않는 거리다.

처음 변호사 일을 시작할 때 나는 변호사가 의뢰인의 법률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뿐 아니라, 의뢰인의 입장에서 의뢰인의 마음까지 치유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그런 생각이 나 자신에게도 의뢰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사건에 너무 몰입하거나 의뢰인과 동화되다 보면 의뢰인의 입장에 치우쳐서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판단한 나머지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여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생겼고, 의뢰인의 기대치도 마냥 높아가기만 했다. 사건이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그 반대의 경우에 일희일비하게 되고, 소송결과에 대해 엄청난 압박을 받아 퇴근 후나 주말에도 머릿속에서 사건에 대한 걱정이 떠나지 않곤 했다.

지금은 의뢰인의 말을 경청하고 의뢰인의 심정에 공감하되,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변호사와 의뢰인과의 거리는 불가근불가원이 아름다운 거리가 아닌가 싶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