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의결에 가렸지만 주목할 만한 판결이 있었다. 바로 홍만표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선고다.

서초동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전관 변호사로 꼽히던 그는 지난 4월 의뢰인이었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항소심을 맡았던 최유정 변호사와 수십억의 수임료 반환을 둘러싸고 다툼을 벌이면서 졸지에 검찰 수사대상이 됐다. 정 전 대표가 상습도박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홍 변호사를 통해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마카오 등지 300억대 도박 사건이 2013~2014년 무혐의로 마무리됐고, 거액의 도박자금이 들어갔음에도 회삿돈 횡령죄가 빠졌으며 항소심에서 검찰이 구형량을 줄인 점 등이 의심을 샀다.

검찰은 지난 6월 그가 서울메트로 및 검찰 고위층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총 5억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하면서도 “로비는 실패했고 전관예우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에 따르자면 연매출 100억원을 올려준 그의 의뢰인들은 보람도 없이 헛돈을 쓴 셈이다.

과연 그랬을까.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8월 검찰이 정 전 대표를 소환하지도 않고 수사상황도 잘 파악이 되지 않자 수사책임자인 중앙지검 3차장을 접촉했다. 그는 3차장의 개인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낸 후 사무실을 찾아가 만났다. 증거는 충분한지, 그런데 왜 소환이 안 되는지를 묻고 선처 가능성도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 전 대표에게 “검찰에서 구속을 목표로 수사하는데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소환일정을 못 잡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수사 책임자와 대검찰청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었다. 야간이나 주말에 이뤄진 연락도 상당했다. 그렇지만 홍 변호사는 법적으로는 정 전 대표의 변호인도 아니었다. 선임계를 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피고인이 검찰 고위직 출신의 이른바 전관 변호사로서 3차장검사와의 개인적인 연고관계가 없었다면 이런 접촉이 가능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선임계도 없이 수사책임자와 개인적 연락을 주고받는 식의 접촉이 과연 모든 변호사에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정씨가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전관예우는 결과 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있으면 안 된다. 이런 사적 접촉이 가능하다면 의뢰인은 서면을 쓰고 법률적 주장을 하는 대가가 아닌 수사책임자를 통해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게 재판부의 논리다. ‘전관예우는 없었다’는 검찰에 대한 우회적이지만 강력한 반박이다.

법조비리 이후 검찰에서도 몰래변론을 엄격히 금지해 요즘 검사실 찾아가기도 힘들다고들 한다. 그런데 홍 변호사는 이건 외에 62건의 몰래변론을 더 했다고 한다. 이 사건들은 아직 검찰 캐비닛에 묻혀 있다. 과연 어떤 형태의 접촉들이 있었을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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