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여성변호사 대상으로 채용 및 근무실태 설문조사 실시
취업 불리한 이유로 ‘결혼·임신·출산·육아’ 가장 많이 꼽아
“육아휴직제도 활성화 및 탄력근무제, 대체인력 풀 마련돼야”

여성변호사 다수가 결혼, 출산 등으로 남성변호사에 비해 취업에서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는 지난 20일 역삼동 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2016년 여성변호사 채용 및 근무실태 조사 결과 보고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하창우 협회장은 “휴업 후 재취업 시 ‘가사, 임신, 출산, 육아’를 이유로 어려움을 느꼈다는 여성변호사가 3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며 “오늘 이 자리에서 여성변호사의 고용불안정성 해소·채용을 위한 방안과 법률전문지식을 갖춘 여성 인력의 적극적 활용방안이 모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변협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학자 변호사는 “설문조사 데이터를 계속 축적하면 근무 현실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2012, 2014년에 이은 세 번째 조사다. 올해는 ‘집사변호사’ 사건을 계기로 지난 5월 전국 여성변호사 채용 및 근무환경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 시 ‘여성’인 점이 불리하다고 응답한 변호사가 706명 중 611명(86.5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변호사는 5%에 불과했다.

변협 여특위 집행위원인 홍지혜 변호사는 “2012년 조사 당시 취업에서 남성보다 불리하다는 응답이 87.7%로, 4년 후인 현재와 비교해 취업에서 성차별 여부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 개인변호사 사무실, 중소형 로펌에서 취업 시 차별이 있다는 응답자가 다른 근무형태에 비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여성변호사가 취업에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0.83%, 550명)은 그 이유로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의 이유’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고용주의 선입견(37.71%, 408명)’을 꼽아 일·가정양립 문제와 남성선호문화가 성차별을 경험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됐다. 이는 승진·진급에 있어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히기도 했다.

홍지혜 변호사는 “특정업무에서 제외되거나 특정업무만 배당되는 등 업무상 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여럿 있었다”면서 “형사, 부동산 등 남성변호사의 업무능력이 더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되는 사건에서는 아예 여성변호사를 제외시키거나, 중요한 사건이나 소가가 높은 사건에서 배제되는 등의 사례가 접수됐다”고 말했다.

또 여성변호사는 ‘변호사’란 직업이 임신, 출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02명 중 ‘부정적 영향이 있다’는 응답이 72.6%(510명)로 이 중 ‘매우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175명이나 됐다.

여성변호사의 출산 및 육아를 보호 장려하기 위한 개선책으로는 ▲육아 휴직제도의 도입 및 실행과 근무시간의 탄력성 보장 ▲공립 내지 변호사회에서 운영하는 탁아시설 확충 ▲출산 및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시 고용이나 승진에서의 차별금지 ▲출산 장려 조직문화 등이 차례로 꼽혔다.

2016년 설문조사에서는 성차별 현황에 대한 여성변호사의 인식조사도 실시됐다. 응답자 본인의 취업에 있어 외모, 나이 등 외형적 조건이 평가기준이 된 경험이 있는지에 대해 응답한 702명 중 60.3% (423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54.1% (380명)가 면접에서 성차별적 질문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변호사는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의뢰인과의 식사 자리에 동석을 강요당하거나, 회식 자리에서 성적인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며 “업무 배당에서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직접 대처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털어놨다.

홍지혜 변호사는 “변협에서 여성변호사에 대한 성차별·성희롱에 대한 비밀유지의무의 철저한 준수가 보장되는 접수창구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가정양립, 사회인식 변화 필요
변협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는 여성변호사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리더십 강화 및 교육프로그램 마련 등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장기적 개선책 도모를 위한 고용현황과 근무실태 통계 확보, 성차별 방지를 위한 매뉴얼 제작 등도 제안했다.

홍지혜 변호사는 “일·가정양립을 여성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으므로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며 육아휴직제도 등 실효적 운용, 사업주에 대한 지원 확대, 탄력근무제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최수령 변호사는 “여성변호사가 약 30%를 차지하는 만큼 육아휴직제도의 정착과 근무시간 탄력성 보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단체를 통한 육아도우미 인력 풀의 확보가 가능해진다면 여성변호사의 고민이 한층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용환 사무총장은 “대체인력 풀 확보를 위해 변협 취업정보센터 내 별도의 구인게시판 활용, 여성가족부의 여성인재 등록제도와 같은 인력 풀 구성방안 등을 들 수 있다”며 “출산 및 육아 등으로 인한 업무공백을 다른 구성원들이 부담으로 느끼지 않고 기꺼이 업무를 분담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내지 문화를 형성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