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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준 경향신문 기자  |  nonfictionista@yahoo.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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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9호] 승인 2016.12.19  10: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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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홍만표 변호사에 대한 기사가 차고 넘쳤다. 사건이 불거지기 몇달 전 홍 변호사와 만나 등산을 했다.

홍 변호사를 처음 만난 건 2004년 대검찰청 중수2과장 시절이다. 홍 과장은 “내 고향 삼척에 홍씨 집성촌이 있다. 집안 형님들 이름이 일표 이표 삼표 백표 천표 등으로 이어져 내가 만표다. 뒤로도 억표 등이 있다”고 했다.

이듬해부터 1년 가까이 매일 아침 6시에 만나 함께 테니스를 배우기도 했다. 등산을 마치고 그는 “검찰을 떠나고 두 차례 뇌수술을 받았다. 이 기자는 아프지 말라”고 했다. 그는 수사를 받고 구속됐고 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여름부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얘기가 돌았다. 나는 2011~ 2012년 대검찰청 기자단 간사였다. 일종의 업무파트너 가운데 한 사람이 우 수사기획관이었다. 그 방에 자주 다녔고 우 기획관이나 사무실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더러 맥주를 마시기도 했는데, 자신의 장인이 돈이 많은 것을 세상이 다 알아서 처신이 어렵다거나, 노무현 대통령 수사 이후에 심리적으로 어땠는지 등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나의 결혼을 축하한다며 신부가 미인이란 평소하지 않던 소리도 했다.

그는 지금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이며 국회의 동행명령에 응하지 않는다며 사설 현상금이 붙었다.

가을에는 회사 행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만나 인사했다. 2007년 황교안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은 검사장 승진에 다시 실패,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에 발령 났다.

그 무렵 나는 헌법재판소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신문사를 떠나기로 마음먹고 신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황 차장검사에게 인사하기 위해 과천의 법무부 구석방에 들어서자, 그는 집회·시위법을 읽고 있었다. 나중에 보니 집시법 교과서를 집필 중이었고 2009년에 출간해 화제가 됐다. 그날 황 단장은 “어려운 선택했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하나님만 아신다”고 했다. 그는 지난 9일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다.

지난해 이맘때, 새로운 1년을 기대하며 기다려온 영화를 봤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이다.

가마쿠라가 배경이지만 후쿠오카 등 다양한 사투리가 나온다. 바닷마을이 핏줄은 아니지만 시간으로 결합된 공동체임을 상징한다.

도쿄에서 1시간이면 닿는 가마쿠라에는 영화감독 오즈 야스지로의 묘가 있다. 엔가쿠지라는 절이다. 고레에다는 젊은 시절부터 오즈의 묘를 찾았다고 한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過ぎ去るというより、積み重なっていく時間)이라는 것이 오즈의 테마이고, 고레에다의 주제다.

시간이 머무르지 않고 흐르기를 바라왔는지 모른다. 우리들은. 하지만 올해를 뼈아프게 견뎌 깨달은 것은 쌓인다는 것이다. 남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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