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브로드웨이에 초연된 뮤지컬 ‘아이다’는 디즈니의 세 번째 뮤지컬이면서, 첫 성인 뮤지컬이다. 성인뮤지컬답게 사랑이야기를 애절하게 작품에 녹여냈다.

하지만 이번 무대만큼은 국내의 어지러운 시국과 맞물려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게 보인다.

수천년 전, 이집트와 속국인 리비아의 대립 사이에서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이라고 알고 있던 나에게 이번 ‘아이다’를 재관람 하면서 피가 끓고 있음을 느꼈다.

뮤지컬 ‘아이다’ 스토리 속 이집트는 인근 모든 국가를 식민지화 한다. 누비아 제국도 그 식민지 중 하나였는데, 백성들뿐 아니라 공주인 아이다마저 노예로 전락할 정도로 이집트의 식민지 정책은 가차 없이 진행된다.

누더기옷을 입은 누비아 백성들은 규정되지 않은 절규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본능적인 에너지를 내뿜고 그 에너지는 오랫동안 식민지 속에서 핍박 받았던 우리 과거를 연상케 하며 또 한번 피가 끓는 경험을 하게 된다.

노예로 끌려온 누비아 백성들은 아이다의 이름을 외치며 그의 리더십을 통해 해방에 대한 희망을 찾기 갈구하고, 아이다는 처음엔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공주 신분의 무게를 벗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누비아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뮤지컬 ‘아이다’는 절망적인 현실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꿔보고자 하는 우리네 이야기로 치환된다.

세상에 희망을 피우기 위해 자신의 안위를 포기하고, 다른 이들을 위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누구하나 책임질 사람 없는 현실을 대신하여 우리에게 위로를 전한다.

리더십 부재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고통과 상처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고 도처에 널린 부조리와 모순에도 어렵지 않게 눈 감아버리는 거대한 권력의 모습은 절망감을 넘어 무기력이 가득한 시대를 만들었다. 아이다의 부르짖음이 국민을 위한 희생과 사랑의 마음을 가진 진정한 리더를 필요로 하는 이 시대에 더욱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촛불이 횃불이 되어 이룬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우리의 상처와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리더를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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