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포브스’ 발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에이전트’ 순위 1위는 미국의 스캇 딘 보라스(Scott Dean Boras)다. 원래는 야구선수 출신인데 나중에 약사가, 다시 변호사가 됐다. 그리고는 스포츠 에이전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의 회사는 현재 175명의 프로야구선수를 대리한다. 회사에는 3명의 변호사와 MIT 출신의 경제학자, NASA 출신의 컴퓨터 엔지니어 등이 함께 일한다. 2위는 포르투갈 출신의 조르제 멘데스(Jorge Mendes)다. 그는 축구선수 출신인데, 비디오 대여점, 나이트클럽 DJ로 일하기도 했다. 물론 그는 변호사는 아니다.

어릴 적 장래희망으로 ‘FIFA 에이전트’를 적어 넣곤 했던 외교부 사무관 임찬울이 지난 8월 번역한 ‘슈퍼 에이전트 멘데스(미겔 쿠에스타 루비오·호나탄 산체스 모라 지음, FOOTBALLIST)’를 통해 스포츠 에이전트 ‘로 비즈니스’를 해석한다.

저자들이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에게 물었다. “40년 넘게 감독 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에이전트를 만났어요. 그중에서 멘데스가 최고라는 것뿐입니다. 항상 선수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해요. 돈 문제를 말하는 게 아니라 선수가 처한 상황, 적응 문제, 구단의 대우, 성장에 주는 영향,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선수의 행복 등 많은 요소가 고려됩니다. 이런 섬세한 배려가 바로 그의 특징이에요.”

전통적인 스포츠 에이전트의 주된 업무는 선수의 법적 문제 처리, 구단과의 계약 협상, 그리고 이적 추진 시 구단 사이에서 조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조항들을 결정하는 일 등이다. “하지만 멘데스는 새로운 유형의 에이전트다. 그는 선수뿐만이 아니라 구단도 관리한다. 구단들의 그에 대한 신뢰는 엄청나서 심지어는 그의 에이전시 소속이 아닌 선수의 이적 협상에서도 멘데스를 중재자로 선임할 정도다. 한마디로 만능 에이전트다.” 토탈이고 만능이어야 한다.

연예인과 기획사의 분쟁은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선수와 에이전트간의 분쟁 또한 종종 있는 일이다. 먼저 멘데스의 생각. “분쟁 때문에 선수들을 법정으로 끌고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제 생각은 완전히 반대에요. 그중에는 돈을 뜯어내기 위해 선수에게 나쁜 일이 생기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어요. 에이전트는 선수를 통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선수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책의 대부분은 ‘분쟁’의 사례들이 아니라 ‘신뢰’의 사례들이다. FIFA가 서면계약을 요구하는데도 멘데스의 선수들은 굳이 계약서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멘데스도 때로는 계약서가 필수불가결한 형식이라는 것쯤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뢰인인 선수들, 구단들, 그리고 관계자인 감독들이나 가족들과의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믿는다.

우리네 법률시장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변호사 직업윤리의 최우선은 역시 신뢰일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월 ‘스포츠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올해 내로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더 이상의 정책의 진전은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설 일도 아니다. 에이전트 세상이야 말로 변호사의 본래적 세상 아니겠는가. 의뢰인을 대리하는 멘데스에게서 배울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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