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는 힘이 세서 때론 상상력을 넘어서기도 하고 반대로 가두기도 한다.”

얼마 전 어느 주간지를 읽다가 하나의 문장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비록 영화에 관한 평론에 담긴 문장이었지만, 변호사로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에 관하여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흔히 선입견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추상화된 대상에 관한 고정되고 일반화된 이미지는 위의 말처럼 사고의 폭을 좁게 만드는데 일조하기도 한다.

때로는 그렇게 믿고 있고, 때로는 그렇게 믿고 싶은 선입견들이 있다. 자녀에게 무한한 사랑을 베푸는 부모, 서로에게 헌신적인 부부, 우애 깊은 형제, 청렴한 정치인,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노동운동가, 만인에게 자비롭고 금욕하는 종교인, 차별 없는 교사.

고정관념의 틀에 갇혀버린 사고는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가 없다’고 선뜻 생각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러나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모든 일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가진 선입견이라는 것들이 얼마나 무지의 소산인 것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다만 어리석은 나는 실제로 겪어보기 전까지는 이미지가 만들어낸 틀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 특히 송무를 주로 담당하는 변호사로서 업무를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변호사가 되기 전에 가졌던 그 많은 선입견을 하나씩 하나씩 깨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자녀를 학대하면서도 자신이 자녀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부모, 30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단 한순간도 사랑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부부, 형이 부모의 사랑을 조금 더 받았다고 여기며 그것을 죄악시하는 동생, 조합비를 사적으로 유용하고서도 자신의 노력에 비하면 오히려 손해라고 말하는 노조전임자, 어린 소녀에게 고통을 주었지만 신의 뜻이라고 말하는 종교인, 장애 학생을 폭행하면서 적절한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교사, 그리고 엉뚱하게도 뉴스 속에서 순수한 동기를 말하는 정치인을 보면서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모든 일은 일어날 수 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