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5. 12. 24. 선고 2013두25924 판결;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3두26309 판결;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4두939 판결

1. 사안의 개요

이 사안에서 문제가 된 가격 인상은 1차와 2차로 나뉘어진다. 우선 원고들은 다른 라면 제조·판매사들과 함께 2000년 12월 말 또는 2001년 1월 초 개최된 대표자 회의에서 원고A가 먼저 가격을 인상하면 타사들도 동참하여 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한 후 2001년 5월부터 2001년 7월까지 순차적으로 가격을 인상하였다(‘1차 가격인상’). 그리고나서 라면 제조판매사들은, 2002년 10월부터 2010년 2월까지 5차례에 걸쳐, 원고 A가 가장 먼저 가격인상안을 마련하여 가격인상내역, 시기 등의 정보를 타사들에게 알려주면 타사들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선에서 가격을 인상하고(‘2 내지 6차 가격인상’), 가격인상정보를 서로 교환하여 타사의 가격인상 진행상황을 확인한 후 자사의 가격인상안에 반영하면서 순차적인 가격인상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라면제품의 출고가격을 비슷한 시기에 동일 또는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하였다. 위 방식은 1차 가격인상과 동일 유사한 방식과 절차에 의해서 이루어졌으나, 1차 가격인상과 달리 명시적 합의가 아닌 묵시적 합의가 근간이 된 차이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12년 7월 12일, 라면시장은 4개 회사가 시장의 100%에 가까운 점유율을 갖고 있는 전형적인 과점시장으로 구조적으로 담합 발생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이며, 특히 원고A사는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나머지 3개 업체가 시장의 30%를 차지(2010년 기준)하면서, 장기간 견고한 담합 구조를 지속하여 왔다고 하면서 이들에게 담합 금지명령, 정보교환 금지명령 및 약 1354억원의 과징금납부명령을 부과하였다. 그러나 2015년 12월, 대법원은 공정위의 판단과 같이 이들 라면 제조·판매사들이 라면 가격에 관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하였고,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공정위가 소 취하를 하면서 원고들이 부과 받은 과징금이 환급되었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우선 공정위가 명시적인 합의를 주장한 1차 가격인상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주요한 증거가 전문진술로서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닐 수 있어 신빙성을 부여할 수 없고, 이에 따른 합의 내용이 불분명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또한 향후 장기간에 걸친 정보교환의 기초가 되는 명확한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이처럼 1차 가격인상에 대한 명시적 합의가 부인되는 이상, 2 내지 6차 가격인상 역시 위 1차 가격인상의 기초가 된 명시적 합의에 기초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들 인상에 대해서는 별도로 단순한 정보 교환이 아닌 가격인상에 대한 의사연락의 상호성이 인정되어야 함을 전제하였다. 그리고 원고 등이 오랜 기간 가격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이를 각자의 의사결정에 반영해 온 것에는 경쟁제한의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정부가 라면 가격 결정에 관여한 관행이 종래 있었고 일부 합의 주장에 부합하지 않는 다른 정황 등이 존재함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정보 교환행위 자체를 곧바로 가격을 결정, 유지하는 행위에 관한 합의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이 사건과 관련한 대상판결들은 현재의 시점에서는 대략 1년의 시간이 경과하였으므로 조금 오래되었다고도 볼 수 있으나, 가히 우리나라에서 공동행위의 요건 성립에 대한 입증 정도에 대해서 이보다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판결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학계와 실무계에서의 많은 토론이 이루어진 판결이다. 일각에서는 대상판결로 인해 사실상 공동행위의 완벽한 입증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공동행위 규제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강도 높은 비판을 하기도 하였다.

대상판결이 채택한 것으로 보이는 전문법칙이 과연 형사사건이 아닌 행정사건에 있어서, 특히 수년 전의 과거 사실에 대한 진술이 중요한 증거가 될 수 밖에 없는 담합규제 실무를 고려할 때 적절한 것인가, 과점시장에서의 사업자들의 특정 행동에 대해 어떤 차별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와 유인이 있는가, 사업자들 사이에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된 관행이 있어 사실상 관행에 따르는 것이 사업자들에게도 합리적이어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만으로 묵시적 합의의 성립을 부인할 수 있는가, 묵시적 합의의 인정에 사실상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외형상 일치’는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인정될 수 있는가 등의, 하나하나를 면밀히 곱씹어볼 가치 있는 쟁점을 던졌다. 막대한 규모의 과징금을 동반하는 담합에 대한 판단을 섣불리 하기보다,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과 사법정의의 관점에서 타당하고도 엄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이라면, 실체적 정의를 고민하고 이를 규명하기 위한 설득력 있는 노력의 결과물을 통해 응답하는 것은 우리 실무가들에게 우선 맡겨진 역할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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