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상담을 하다보면 상담 신청인들 중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계속 하는 경우가 있다. 법인의 사무실을 방문해서 상담하는 경우는 그래도 내가 상담시간을 조절할 수 있지만, 다른 기관에서 상담을 하는 경우는 각 신청인당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신청인의 말을 적당히 줄이고, 부수적인 내용 외에 핵심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고생을 할 때가 있다.

그런데 당사자가 외국인인 사건을 처리하다보면 이런 어려움에 더해서, 언어적인 장벽도 의사소통을 어렵게 한다. 일반적인 민·형사 사건들의 주인공이 외국인인 경우도 있지만, 외국인 특유의 사건들인 난민 관련된 사건이나 강제퇴거·보호명령 등 출입국관련 행정사건들도 있는데 미국식 영어 발음에 좀 더 익숙한 내게 동남아시아 또는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들의 영어를, 특히나 전화로 듣게 되면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최대한 천천히 말해달라고 양해를 구하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지만 그럼에도 쉽지는 않다.

최근 맡았던 강제퇴거·보호명령 처분 취소 사건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가 공용어인 국가에서 온 의뢰인은 자신이 잘못이 없음에도 외국인보호소에 보호가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답답한 나머지 통화 내내 자신이 얼마나 억울한지만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으로 얘기하고는 했다. 그런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문제는 영어가 익숙하지 않았던 의뢰인이 중요한 결정을 하도록 설득하는 과정에서 결정을 무한정 미루면서 발생했다.

이전에 담당 재판부가 제시한 조정안을 들고 프랑스어 통역인과 직접 찾아가 자세히 설명을 한 후 결정시한을 미리 알려줬음에도 상황 자체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설명을 계속 요구하면서도 결정은 내리지 않는 바람에 소송대리인으로서 참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조정안을 거부했음에도,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 취소판결이 나서 의뢰인이 보호해제가 되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소통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되었다.

인공지능이 변호사를 대체할 시기가 다가온다고 말하는데 알파고의 후손은 이런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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