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침해금지소송에서 어떻게 금지대상을 특정해야 할까? 고객이 가져온 상대방 제품이나 서비스로 그대로 특정하면 될까? 그렇지 않다. 그대로 특정했다가 승소하고도 집행할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고객이 찾아온다. 상대방 서비스가 자신의 특허권을 침해한다고 한다. 고객 특허명세서를 살펴보니 특허청구범위의 구성요소는 1, 2, 3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고객이 정리해온 상대방 서비스를 보니 1, 2’, 3’-a, 3’-b 단계로 서비스가 진행된다.

분석해 보니, 1단계는 문언 침해, 2단계는 균등론 침해로 보인다. 3단계에 대응되는 상대방 서비스는 3’-a 단계와 3’-b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일견 3단계와 전체적으로 균등론 침해로 볼 여지가 있다.

고객이 빨리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고 재촉한다. 그래서 고객이 제공한 대로 1, 2’, 3’-a, 3’-b 단계를 침해금지대상으로 특정하고 가처분 소송을 진행한다. 재판진행을 최대한 서둘러 빠른 시간 내로 가처분에서 승소한다. 그런데 이런. 상대방은 서비스를 1, 2’, 3’-a만으로 바꾸어 버렸다. 3’-b단계를 빼버린 것이다. 아뿔싸.

이런 경우 어떻게 될까? 집행이 불가능하다. 가처분 결정문의 특허침해금지대상과 상대방의 서비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그럼 처음에 특허침해금지대상을 어떻게 특정했어야 할까? 첫째, 상대방이 특허침해소송을 무력화하기 위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수정할 가능성이 있는지(1, 2’, 3’-a, 3’-b 단계를 수정해서 서비스를 할 가능성) 고객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수정해도 여전히 고객이 구매할 수 있는 것인지 관점에서 살펴보고, 복수 개의 수정도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둘째, 수정될 수 있는 방법 내지 제품들에 대해서도 특허침해가 성립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하고, 특허침해가 성립할 수 있는 방법 내지 제품들에 대해서 금지대상으로 특정하여야 한다.

고객이 빨리 소송을 진행해달라고 재촉하는데 어떻게 그런 경우를 다 살펴보고 있느냐고? 문제없다. 우선 특정된 금지대상으로 바로 소송을 진행하고, 소송 과정에서 추가하면 된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진행했더라면 상대방이 3’-a 단계만으로 서비스를 바꿀 가능성이 있는지, 3’-a 단계만으로 특허청구범위의 3단계가 균등침해에 해당하는지를, 가처분 신청서 제출 직후 검토되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 금지대상이 추가되었을 것이다.

물론 위의 경우 3’-a단계만으로는 균등론 침해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성립되는 경우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진행하면 큰 낭패다. 다시 소송을 해야되는 문제도 그렇고, 3’-a단계와 3’-b단계 전체를 균등론 침해로 주장하는 경우와 3’-a단계만으로도 균등론 침해가 된다는 주장을 병행하는 경우 3단계에 대한 해석에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특허침해금지소송에서 금지할 대상을 특정하는 업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불어 이러한 검토 과정엔 반드시 고객사 경영진과 기술진이 참여해야 한다. 대리인이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실제 그 산업분야와 제품 서비스를 정확히 이해하는 고객사 경영진과 기술진의 판단보다 나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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