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미워해도 인간은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수사에 임하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금언이다. 수사의 목적은 1차적으로는 범죄행위를 수사하여 범법자를 처벌하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범죄의 재발을 방지하고 모든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하는 것이다. 피조사자의 생명과 안전 역시 수사기관이 제 1차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임은 물론이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 서울고검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 6월 까지 검찰 수사 중 자살한 피조사자는 모두 79명에 이르고, 특히 해마다 자살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의 강압수사나 인권침해수사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검사평가제를 시행한 이후 평가에 참여한 변호사들로부터 취합한 자료에 따르더라도 검찰 수사에 인권 침해 요소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검찰이 피조사자가 자살하는 원인을 피조사자의 개인적인 성향 탓으로만 돌리고 국민의 생명권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는 국가의 기본권보호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 점에서 2016년 7월 2일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조사를 받은 다음날 김모씨가 목을 매어 자살한 사건과 관련하여 대한변호사협회가 김모씨에 대한 검찰의 강압수사의혹을 제기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조사권 발동을 촉구한데 대해, 지난 11월 1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수사과정에서 피조사가 자살하는 경우 그 원인을 불문하고 그 예방의무가 국가에게 있다며 검찰총장에게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의견 표명을 한 것은 늦었지만 매우 다행한 일이다.

수사도 중요하고 범죄자 처벌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생명과 안전이다. 수사기관과 국가는 피조사자가 자살하는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참고인 조사 시 변호인 참여의 제도화, 영상녹화조사의무화 등 관련 대책을 세우고 피조사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수사도중 자살한 사례를 분석하고 일반 피조사자에 대한 실태조사 등을 통해 자살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을 식별해내고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심리적으로 배려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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