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본산이라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과거의 미국답지 않게 후보자들의 저속한 인신공격이 난무한 선거였고, 아직 후유증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나라가 몹시 시끄럽고 국민이 창피함을 느낄 지경에 이르렀다.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탄핵을 당하면 보궐선거를 해야 할 터이고, 어쩌면 개헌까지 해야 할 판인데, 과연 깨끗한 선거를 할 수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

바야흐로 변호사들의 선거철이다. 벌써 몇몇 유력한 후보들이 물망에 오르고 각종 행사에 나타나 얼굴을 알리고 있다. 다들 훌륭한 분들로 보이지만 승리가 지상과제인 선거운동을 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문제점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약 2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과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선거가 한창일 때로 되돌아가 보자.

후보자들은 변호사들의 생존권을 내세우면서 직역침해에 대한 방어를 공통 공약으로 내세웠고, 가장 대립하는 공약은 사법시험의 존치 여부였다. 소위 ‘희망의 사다리’라는 사법시험을 존치할 지 여부를 두고 사법연수원 출신의 일부 청년 변호사들과 로스쿨 출신의 일부 새내기 변호사들을 주축으로 심한 대립이 일어났고, 그 중 일부 변호사들은 상대 진영의 변호사들에 대하여 논리적 비판을 뛰어넘어 극단적인 용어를 구사하며 비난을 가했다.

로퀴(로스쿨 출신을 바퀴벌레에 빗댄 말), 사시충(사법시험 합격자를 벌레에 비유한 말), 똥시(변호사시험), 연변거지(연수원+변호사+거지) 등 도저히 정상적인 변호사라면 구사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낮고 험악한 말을 구사하면서 상대 진영을 맹비난하였고, 이런 말은 변호사들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들리는 말로는 이런 카페를 주도하는 몇몇 변호사들은 후보자들을 찾아가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줄 것을 강권했다고도 한다.

당시 많은 변호사들이 이들의 행태에 눈살을 찌푸렸다. 어찌 명예와 품위를 보전해야 할 변호사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였고, 이들에 대하여 변호사의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를 해야 한다고도 주장하면서 개탄을 금치 못하였다. 언론에도 이런 기사들이 나오면서 변호사들 전체의 명예가 크게 실추되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극단적인 행태를 보이던 변호사 중  누구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 대충 넘어간 것이다.

그 후 2년 가까이 흘렀다. 다시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번 선거는 제발 변호사답게 품위있는 선거운동을 하고 우리나라에 곧 닥칠 다른 선거의 모범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려면 지난 번 선거와 같이 극단적인 용어를 구사하면서 상대를 비난하는 변호사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마땅히 배척되어야 한다. 만일 이런 일이 또 발생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변호사들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후보자 분들께 부탁드린다. 선거가 치열해지면 한표, 한표가 정말 아쉬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한표가 급해도 변호사답지 못한 방식으로 상대를 비난하는 일부 변호사들을 선거캠프에 합류시키지 말아 주시기 바란다.

법조인의 자부심, 자존심을 지키면서 선거 운동을 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여야, 자신을 지지한 변호사들만의 단체장이 아니라, 전체 변호사의 단체장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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