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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나침반]세상이 바뀌었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lawshin@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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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호] 승인 2016.12.05  10: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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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감각의 껍질을 무디게 만든다. 덧없는 희로애락에 쉽사리 빠지지 않게 하는 견제장치가 된다. 노년의 세월이 인간에게 주는 아주 큰 장점의 하나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올해는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격동의 숨가쁨에 힘들었다. 해괴한 비선실세, 그들의 준동 뒤에 숨은 과거 압박통치의 잔영이 눈앞에 다가왔다. 거듭된 대통령의 허언과 무능력, 국가를 상대로 한 탐욕의 추구, 민주주의와 헌법에 대한 몰이해를 보며 치를 떨었다.

그런데 올해는 세계적인 구조가 격변을 겪는 해이기도 했다. 그것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미국에서 단초를 발했다. 대부분의 상식적인 세계인의 판단에서 망나니 취급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가 현대의 로마제국, 세계 유일의 중심국인 미국의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것으로 상징되는 현상은 앞으로의 세상에 거대한 추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 관해서는 많은 분석이 나와 있다. 패배자 힐러리 클린턴은 자신의 패인으로 선거일 얼마 전에 터진 FBI 코미(James Comey) 국장의 이메일 재수사에 있다고 말하였다. 대단히 고집스럽고 나이브한 생각이다.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백인 노동자의 표를 의식한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하였으나, 힐러리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이를 계속 무시하여 부부싸움 끝에 휴대폰을 강물에 던져버릴 정도로 격분했다고 한다. 선거결과를 두고 볼 때 힐러리가 쇠락한 공업지역인 러스트 벨트(Rust Belt)에서 패배함으로써 선거결과가 좌우되었으니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의견이 옳았다.

그러나 힐러리의 패배에는 좀 더 근본적 원인이 숨어있다. 선거 전날인 11월 8일 마지막 선거광고방송에서 트럼프와 힐러리는 극단적 차이를 보여주었다. 트럼프는 시종일관 기존 정치세력(poli tical establishment)은 부패하고, 무능하고,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갔다고 몰아붙였다. 음울한 영상과 음악이 깔렸다. 이에 반해 힐러리는 범생이답게 특유의 또박또박한 음성으로 미국의 밝은 미래를 그렸다. 그런데 웬일인지 트럼프의 방송이 뇌리에서 떠나가지 않으며, 깊은 자국을 만듦을 느꼈다.

이 방송을 듣고, 또 그날 힐러리가 플로리다 마지막 유세에서 꺼억 꺼억 쉰 목소리로 유세하는 것을 들으며 선거의 승패를 짐작할 수 있었다. 힐러리는 자기자신에 사로잡힌 사람이고, 국민과의 소통과 상호교감을 무시했던 것이다. 그토록 많은 결함이 노출된 ‘망나니’가 이 점에서는 오히려 나았다. 트럼프의 승리를 한 마디로 집어서 말하자면, ‘파격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파격은 앞으로 지구촌 전체에 걸쳐 일상화되며 거대한 프레임을 짜나갈 것이라 본다.

우리도 물론 그 영향권에 있다. 정치권이 가장 직접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어 우리의 법조계에도 그 변화가 밀어닥친다. 엄격한 위계질서, 조직에 대한 충성, 외부의 의견에 대한 배척이 강한 구심력을 형성하며 지금까지의 우리 법원, 검찰의 프레임을 만들어 왔다면, 이제 이 프레임은 파격의 무질서가 가져다주는 원심력에 의해 상당부분 해체의 과정을 밟으리라 본다. 그 구체적인 모습은 어떤 것일까? 함께 상상해보자. 그러나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하는 것은 논외다. 시대적 사조는 우리가 감히 넘을 수 없는, 커다란 파고(波高)로 밀어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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