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때때로 대학교 은사님이 하셨던 일화를 떠올릴 때가 있다. 교수님은,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변호사란 경기장 안에서 싸우는 검투사와 같은 존재이다”라고 하자, 많은 변호사들이 공감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고 하셨다. 대학생시절에는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변호사가 되어 송무를 진행하는 경험이 쌓이면서 그 의미에 대해 반추하게 되었다.

변호사는 클라이언트를 위한 검투사가 되어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상대방과 논쟁을 하는 치열한 직업이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는 복잡한 소송관계를 파헤치며 연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때로는 클라이언트의 억울함에 감정적 이입이 이루어지게 되어 심적 소진을 경험하게 된다.

초기에는 사건을 이끌어가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사건에서 분리가 되어 변호사로서 건강하게 사는 법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변호사로서 수년의 경험을 쌓은 지금에서야, 앞으로 남은 변호사생활을 어떻게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 있다.

내가 찾은 작은 해법은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운동이다.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에는 꾸준히 하던 헬스를 일을 시작한 이후 거의 하지 못하면서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멈춘 기간을 반추해 보면 업무에 몰입하는 정도와 복잡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대로 꾸준히 운동을 병행하던 시기에는 오히려 사건에 대한 집중도가 높았다. 이것을 교훈 삼아 최근에는 1주일에 1~2번 정도는 꾸준히 운동을 하려고 하고 있다.

두 번째로 운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휴식 취하기이다. 변호사 업무 특성상 복잡한 사건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이때 단 10분씩이라도 창밖을 바라보거나 명상을 하며 잠시 뇌를 쉬게 해주는 ‘휴식’을 취하고 나면, 무거웠던 머리가 상쾌해지면서 집중력을 회복하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사건은 마음으로 공감하고 머리로 몰입하기이다. 초기에는 가끔 내가 당사자인 것처럼 마음으로도 사건에 몰입하였다. 변호사도 감정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의 상황을 안타깝게 여길 수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전문성을 지닌 변호사이며 ‘나’라는 한 객체로서 그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지나치게 몰입하게 되면, 변호사로서의 냉철한 판단의 기준이 와해된 것이 아닌가 고민이 되는 경험이 있었다. 이 같은 몇번의 경험 이후 비로소 마음으로는 공감하되 사건은 냉철하게 머리로 몰입하여 클라이언트의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주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이러한 많은 경험과 통찰은 변호사이며 한 자연인으로서 좀 더 건강한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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