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불법행위 인정
피해자 할머니들 손 들어줘

일제 강점기 군수기업 후지코시에 강제동원 됐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 후지코시가 각 1억원씩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9부(재판장 이정민)는 지난 23일 김옥순 할머니 등 5명이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후지코시는 김 할머니 등에게 1인당 1억원씩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근로정신대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강제 인력수탈을 위해 만든 조직으로, 주로 태평양전쟁 후반부의 부족한 노동력을 해결하기 위해 군수 공장에 조선인을 동원했다.

김 할머니 등은 1944~1945년 강제동원돼 일본 도야마현에 있는 후지코시 공장에서 군수 물품을 만들거나 분류하는 작업을 했다. 당시 이들은 12~15세 불과했으며 “일본에 가면 공부도 가르쳐주고, 돈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데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할머니 등 5명은 지난해 4월 후지코시를 상대로 강제노동 등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정신적·육체적·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며 1인당 1억원씩 총 5억원의 정신적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당시 일본은 중일 전쟁 등 불법 침략전쟁을 하며 조직적으로 인력을 동원했고, 후지코시는 이에 적극 편승했다”며 “어린 소녀들임에도 가혹한 환경에서 위험한 노동을 한 점 등을 보아 불법행위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후지코시 측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재판부는 “1965년 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 국가권력이 관여하거나 반인도적 불법행위,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에 대한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포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