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에 관한 민법 규정은 없으나, 학설과 판례는 사실혼부부 사이의 권리의무관계에 대해 법률혼부부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여 인정되는 효과는 사실혼부부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고 보아 사실혼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사실혼배우자의 보호가 미흡한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사실혼에서 일방이 병중에 있거나 의사무능력 상태에 빠진 경우, 배우자가 그 법적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혼인신고를 했다가 혼인무효소송을 당하기도 한다. 이 때, 원고 측의 소송 목적은 사실혼배우자에게 상속권이 인정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대법원은 사실혼배우자가 의사무능력 상태일 때 이루어진 혼인신고의 효력에 대해 의미있는 판결을 한 바 있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므2451 판결 참조).

위 판결은 피고인 갑과 을이 결혼식 후 동거하면서 집안 행사에도 참가하고 직장 동료들에게도 결혼사실을 밝혔는데, 갑이 급성 뇌경색이 발병하여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을이 갑과의 혼인신고를 한 것을 갑의 동생 등이 혼인무효를 주장한 사안에 관한 것이다.

1심은 “혼인신고를 할 당시 의사무능력상태에 있었으므로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혼인신고 당시 의사능력이 없어 혼인의사가 결여되었다고 인정하는 이상 혼인의사가 불분명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추인할 혼인의사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해 항소심은 “금치산자의 경우에도 이혼의사를 법률적으로 추정할 수 있으므로 의사무능력자에게 항상 법률적 의사가 결여되어 있다거나 그렇기 때문에 법률적 의사의 추정 자체가 불가하다고 볼 수 없고, 대법원은 장기간 부재중으로서 연락이 두절되어 혼인의사의 유지 또는 철회의사를 표시할 수 없었던 사안에서도 사실혼관계에 있었던 점만으로 그 상대방의 혼인의사를 추정하는 법리를 적용하고 있는데, 장기간 부재 또는 연락두절 상태에 있던 사례와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던 사례를 다르게 취급할 합리적 근거가 없으며,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는 상대방에 대하여도 사실혼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 시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할 수 있는데 사실혼관계에 있는 당사자 일방이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는 상대방에 대한 사실혼관계존재확인의 소를 거치지 않고 혼인신고를 마쳤다 하여 이를 무효라고 하게 되면 지나치게 형식논리에 치우친 결론이 될뿐더러 균형을 상실하게 되므로, 사실혼관계에 있던 중 의사무능력 상태에 빠진 뒤에 혼인신고를 마치기는 하였으나 그 당시 갑의 혼인의사가 추정되고 이를 뒤집을 만한 근거가 없으므로 피고들 사이의 혼인은 유효하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사실혼관계인 피고들 사이에 혼인신고가 이루어질 때에 피고 갑이 의사무능력 상태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 이전에 피고 갑에게 혼인의사가 결여되어 있었다거나 피고 갑이 혼인의사를 철회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 갑의 혼인의사의 존재는 추정되고, 따라서 피고 을의 혼인신고에 따른 피고들 사이의 혼인은 유효하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은 사실혼배우자가 의사무능력 상태일 때 이루어진 혼인신고의 효력을 인정한 것으로 사실혼배우자를 좀 더 보호하고 있다. 한편 사실혼배우자에 대한 보다 실효성 있는 보호를 위하여, 사실혼배우자의 사망 시에도 상속권을 인정하거나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자는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사실혼부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서 그 권리관계의 공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으므로, 해석론상이든 입법론적이든 어떤 대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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