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만 둘이다. 남들은 내게 목메달감이라고 놀렸지만 끊임 없이 웃고 떠드는 아들 둘과 허접한 농담일 망정 함께 재잘거리다 보면 딸 가진 집 안 부럽다. 이렇게 아이들과 친구같은 관계가 되기까지 맞벌이하는 아내로부터 무수히 깨졌다.

아이들과의 관계에 웬 뜬금없이 아내로부터 깨진 이야기가 튀어나오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분이라면 집에서 아내의 표정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밝은 표정으로 아이들과 남편을 여유 있게 대하는지, 무표정으로 무덤덤하게 대하는지, 짜증난 표정으로 개가 원숭이 보듯 대하는지.

맞벌이하는 아내의 표정은 상당 부분 남편이 만든다. 회사에서 쉴 틈 없이 일하다가 집에 와서 다시 쉴 틈 없이 저녁 식사 준비, 청소, 아이들 학습준비물 챙기기 하느라 심신이 노곤한데 아내의 독박육아를 당연시하며 자기 하고 싶은 일에만 묵묵히 매진하는 남편과 아내의 심기를 잘 헤아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육아에 동참하는 남편이 만드는 아내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문제는 화성에서 온 남편이 금성에서 온 아내의 심기를 잘 헤아린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무수히 깨지는 과정이 필요했고, 인고의 세월을 잘 버텨냈더니 아내의 표정이 밝아졌으며 아내의 표정이 밝아지니 아이들과 남편도 한결 편해지고 그들은 서로 재잘거리는 친구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쯤되면 좋은 아빠의 반열에 올라섰다고 할 수 있다.

웬만해서는 질문에 딱 떨어지는 정답을 찾을 수 없는 세상 이치는 “어떤 아빠가 좋은 아빠냐” 하는 질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가정의 구체적 형편에 따라 좋은 아빠, 좋은 가장의 상이 다를 것이다. 다만,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미래를 향한 하나의 경향성은 예상해볼 수 있다. 부자 아빠보다는 친구같은 아빠가 각광받을 것이라는! 어쩌면 누군가 30년 후 ‘좋은 아빠, 나쁜 아빠, 이상한 아빠’라는 제목의 영화를 만든다면 아내의 독박육아를 당연시하는 아빠를 ‘나쁜 아빠’, 돈 벌어다주는 기계로 전락한 아빠를 ‘이상한 아빠’의 범주에 넣을지도 모른다.

“아이에 대한 애정은 많이 들여다보기 때문에 생긴다. 남성에게도 생명, 아이를 더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면 남성이 변하고 사회가 바뀔 것”이라는 어떤 교수님의 주장에 나는 나의 경험을 근거로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라는 한 일본 사회학자의 저서에는 한국이 여성에게 엄마 역할과 노동자 역할 모두 잘해낼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엄마한테 유독 차가운 나라’라고 묘사되었다고 하는데, 이 대목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물론 아이는 가능하면 부모가 직접 키우면서 쏠쏠한 재미를 느끼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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