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보도에서 강남을 중심으로 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서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이 넘었다고 해 화제가 된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기사를 보다보면 사실 내가 점검을 다니는 조합의 사업장들에 대한 내용인데 막상 나 자신은 사무실 운영비와 생활비를 제하고 나면 그런 아파트에 내 한몸 뉘울 공간도 마련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한 웃음을 짓게도 된다.

지난 2년 동안 서울시 외부전문가위원으로 서울시에 위치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조합들에 대한 실태점검을 다녀보니, 의외로 조합 운영과 관련 자료들이 투명하고 잘 정리되어 있는 곳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곳들도 있다. 그런데 조합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점검 결과가 나오는 경우, 그 대응은 각기 다르다. 어떤 조합에서는 자신들의 독자적인 법해석을 들고 나오면서 조사 결과가 맞지 않다고 펄쩍 뛰는가 하면, 다른 조합에서는 일단 조사 결과가 정확한 사실관계에 부합하는지 확인한 후 향후 재발되지 않도록 내부 업무 규정과 운영 관행을 바꾸겠다는 곳도 있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서울시의 실태점검을 돌아보면 그 목적이 비리와 잘못를 찾아내 바로잡고자 하는 점도 있지만, 기존의 기준이 없고 혼탁했던 조합 운영에 적정한 표준을 세워 향후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점검결과를 받아든 조합 입장에서 자기방어기제부터 작동하는 것이 일면 이해가 가면서도, 자신들의 기존 조합 운영이 적법하다고 주장한다면 앞으로도 그대로 반복하겠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현군으로 이름이 높은 당태종도 충직했던 위징의 직언을 견디다 못해 어느 날 황후에게 “이 시골늙은이를 언젠가 죽이고 말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거울이었던 위징이 세상을 떠난 후 국정이 어지러워지자 위징을 그리워하면서 자신의 과오를 한탄했다고 한다. 변호사인 나도 업무를 하다보면 실수할 수도 있지만, 그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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