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트부동산’ 국민참여재판 1심서 무죄 … 부동산 중개업 영위라 볼 수 없어
변협 “법률자문 서비스 시스템 활성화로 부동산시장 선진화되길” 무죄판결 환영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부동산 중개업을 한 혐의로 기소된 공승배 변호사가 국민참여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나상용 부장판사)는 지난 7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승배 변호사(사시 38회)에게 배심원 4대3의 의견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부동산 중개업 등을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공 변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트러스트부동산’ 명칭을 내걸고 홈페이지, 블로그 및 페이스북 등을 통해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트러스트부동산은 부동산 거래 금액과 상관없이 최대 99만원의 수수료만을 받겠다고 해 여타 부동산 중개 서비스와 차별화를 뒀다. 공인중개사들은 거래금액에 따라 일정요율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에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3월 “부동산중개 업무는 공인중개사 고유의 영역”이라며 공 변호사를 고발했고, 검찰은 7월 공 변호사를 기소했다.

검찰은 ▲중개업을 영위하려는 자는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등록을 하지 않고 중개업을 한 점 ▲공인중개사가 아님에도 ‘공인중개사무소’, ‘부동산중개’ 등과 유사한 ‘트러스트부동산’ 명칭을 사용한 점 ▲홈페이지에 희망매매가격, 공급면적, 내부구조 등 중개대상물에 대한 표시·광고를 한 점 등을 공소 이유로 들었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무등록 중개업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유사명칭 사용 및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위반 행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공 변호사 측은 “매도인과 매수인 측으로부터 각 99만원을 교부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법률자문료로 받은 것일 뿐, 중개업을 영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계약자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자발적으로 거래를 했을 뿐, 중개행위에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부동산’이라는 용어 사용 또한 공인중개사 등 유사명칭을 사용한 것이라 볼 수 없고, 부동산 중개업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도·매수, 임대인·임차인의 정보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하더라도 중개대상물에 대한 표시·광고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판결 직후 “판결문을 분석해 항소 여부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역시 위 판결에 반발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총궐기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공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부동산 중개서비스 개혁과 국민 선택권 확보를 염원하는 소비자들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설립 취지에 따라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고, 합리적인 수수료와 전문적 법률자문으로 소비자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중개업무는 일반법률사무 해당”

대한변협은 재판 다음날인 8일, 보도자료를 통해 “변호사의 부동산시장 진출을 허용한 국민참여재판 무죄판결을 환영한다”는 뜻을 전했다.

변협은 그간 대한변협 산하 법제연구원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변호사의 부동산업 수행이 적법하다는 점과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점에 대한 이론적·실질적 근거를 제공해왔다.

법제연구원은 ‘변호사의 법률사무와 공인중개사의 중개업’ 연구보고서를 통해 “변호사는 변호사의 자격으로 공인중개사업무를 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법제연구원은 “변호사는 변호사법 제3조의 직무범위에 해당하는 일반법률사무의 하나로 부동산거래에서 요구되는 법률사무를 할 수 있다”며 “변호사의 중개업무는 부동산거래에 대한 변호사의 법률사무와의 밀접성 내지 일체성을 가지므로 변호사는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어도 중개업무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들 또한 “직역창출의 서광이 열렸다”며 반색했다.

A변호사는 “부동산 거래 당사자 입장에서는 과도한 중개수수료 부담뿐만 아니라, 허위매물 등 거래대상물에 하자가 있더라도 보상받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위 판결로 변호사가 부동산 거래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소비자들은 전문성과 함께 안정성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창우 협회장은 “이는 변호사에게 새 지평을 열어주는 획기적 판결”이라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민은 법률전문지식이 있는 변호사를 통해 값싸게 부동산을 매매·임대차할 수 있고, 변호사는 부동산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이 변호사로부터 부동산시장에서 원스톱으로 법률자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활성화 돼 부동산시장이 선진화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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