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혼란스럽다. 위기에 처했다. 외부의 적 때문이 아니다. 법에 정해진 시스템에 따른 법치가 아니라 사람에 의존하는 인치를 한 때문이다. 이번 국가권력의 사유화 사태는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력 권력을 견제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인치가 더 효율적일 수 있음에도 민주사회에서 법치를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는 법치만이 절차적 정의를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적이 선하다 하더라도 절차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으면 그 어떤 권력 작용도 정의로울 수 없다.

대통령이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확고한 소신이 필요하다. 추진하는 일이 아무리 급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된다 해도, 방법과 절차가 잘못된 것은 아닌 지 늘 점검해야 한다.

대통령은 비선라인에 의존하는 인치를 경계하고 주위의 공적 인재를 적극 활용하는 공개된 정치를 해야 한다. 각료나 보좌진과의 쉼 없는 토론을 통해 정책방향을 정하고 이행 정도를 점검해야 한다. 겉으로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대통령 뒤에 숨어서 호가호위하는 자들, 이른바 애국을 내세워 매국을 행하고, 신조를 내세워 사리를 영위하는 자들을 경계해야 한다. 대통령은 또한 국민들은 언제나 옳다는 사실을 믿고 국민들과의 소통을 계속해야 한다. 내가 옳은데, 나는 잘하는데 국민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

대통령은 또한 과정에서 어떤 오류가 발견되었을 때 자기변명의 본능을 이겨내고 반성과 혁신을 통해 과거와의 고리를 끊고 자가발전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분명한 민주 의식, 권력은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행사되어야 한다는 법치주의 신념을 붙들고 끝내 놓지 않아야 국가를 온전히 보존하고 헌법을 수호할 수 있다.

하여튼 이제 대통령이 국민의 우환거리가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대통령이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을 때 국민도 나라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된다. 대통령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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