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2월 모 대학병원 신경외과 다인실에 입원해 있던 환자 4명이 병원균인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RSA)과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VRE)에 집단감염 된 사건이 발생했다.

환자 A가 교통사고로 뇌수술을 받은 후 뇌에 삽입된 배액관으로 위 세균이 감염됐다. A는 배액관설치 후 고열과 설사 등이 발생해 주치의사에게 이야기 했으나 ‘지켜보자’고 하다가 5일이 지나 균배양검사를 하고나서야 MRSA 등 감염사실을 알게 됐다. 병실간호사는 A환자와 보호자에게 병원감염사실을 알리려고 하였으나 주치의사가 ‘환자들이 불안해 하니 알리지 말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A는 물론 같이 입원해 있던 다른 환자들에게 알리지 못했다. 그 사이 같이 입원해 있던 환자들은 회진을 도는 주치의사와 간호사들이 A를 치료한 손에 의하여 연쇄적으로 집단감염 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사건은 대학병원 집단감염사건으로 제소되어 언론을 통해 톱기사로 보도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의료법에 병원감염규정이 있었으나, 의료기관에서는 이 규정을 잘 지키지 않았었다. 이 소송을 계기로 정부는 병원감염관리비용을 진료수가에 상당히 반영했고, 의료기관은 병원감염관리위원회를 강화하여 감염방지에 노력하게 되었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병실 마다 액체 손소독제를 상비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손소독제 제조업체가 큰 수익을 얻게 된 예상치 못한 결과(?)도 있었으나,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바꾸어 병원감염으로부터 많은 환자를 보호하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감염방지 노력에도 우리나라에서 연간 3000~5000명이 병원감염으로 사망한다고 추정되고 있다. 이는 감염방지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데 큰 원인이 있고, 다른 한편 법원이 입증책임을 환자에게 엄격하게 지우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판례는 “수술과정에서 MRSA 감염된 점은 인정되나, 아무리 철저한 소독체계를 갖춘다 하더라도 MRSA 감염을 완전히 예방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수술 당시 수술도구나 수술실의 청결상태, 수술부위에 대한 멸균소독 등 수술과정에서 당연히 요구되는 무균조치를 게을리 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아무런 입증이 없는 이상, 무균조작을 제대로 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고 하여 환자에게 병원감염관리과실에 대한 엄격한 입증책임을 환자측에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독일은 2013년 민법 630조를 신설하면서 병원감염과 같이 의료인이 완전지배하는 영역에서 발생된 악결과에 대하여는 과실을 추정하는 입법례를 취했다. 대법원이 설명의무입증책임에 대하여 “법적으로 설명의무가 의료종사자에게 부과되어 있는 점, 의사가 그러한 지침에 의해 의무의 이행을 입증하기는 매우 용이한 반면 환자 측에서 의무가 이행되지 않았음을 입증하기는 성질상 극히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 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입증책임이 있다”고 해석한바, 이를 병원감염관리책임으로 바꿔 똑같은 논리로 병원감염을 제대로 했다는 입증책임을 의료인에게 지우도록 해석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병원감염관리책임이 무거울수록 감염사고피해는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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