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6.06.09. 선고 2015도18555 판결

1. 사안개요

(1) A회사는 1994년경 설립된 자본금 22억원의 건설회사로서 피고인은 A회사의 대표이사이다.

A회사는 이 사건 당시 10여건의 공사를 진행하여 2011년 기성액도 수십억원에 이르렀고, 2011년 매출 세금계산서 합계액은 약 9억 8000만원이었다.

 

(2) 피해자는 이 사건 전 A회사에 약 2억원 상당의 자재를 납품하고, A회사가 발행·배서한 합계 6000만원의 당좌수표와 어음을 할인해주고 변제받았으며, A회사의 직원인 공소외 1을 통하여 A회사에 사업자금을 대여하기도 하였다.

 

(3) A회사는 2012년 2월 27일경까지 피해자로부터 철강재 약 1억5000만원 상당을 납품받은 후 2012년 3월 14일경 피해자에게 그 대금 중 500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한 사실도 있다.

 

(4) A회사는 이 사건 당시 진행하던 공사에 대하여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자금 운영이 원활하지 않았다. 그리고 A회사는 이 사건 후인 2012년 5월 31일 A회사 발행의 액면금 1억원의 당좌수표에 관하여 예금부족을 이유로 지급정지처분을 받았으며, 2012년 7월 13일경에는 파산신청을 하여 결국 파산선고를 받았다.

 

(5) 검찰은 “피고인은 사실 위 회사는 운영자금이 부족하여 철강재를 납품받더라도 그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여 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2011년 11월 27일경 공소외 1을 통하여, 공소외 2가 운영하던 피해자 회사에 OO교회 옥외 주차장 신축공사에 필요한 철강재를 납품하면 공사완료 후 자재대금을 지급하겠다라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그 무렵부터 2012년 2월 27일경까지 철강재를 납품받고 그 대금 중 1억73만3979원을 지급하지 못해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라는 취지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공소외 2가 이 사건 무렵의 A회사의 재정상태에 대하여 잘 알지는 못하였고, A회사가 OO교회 측으로부터 받은 공사대금으로 피해자 회사에 자재대금을 지급할 것을 기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통상적으로 자재대금을 받지 못할 것을 예상하면서도 자재를 납품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3. 대상판결의 요지

피해자가 피고인의 신용상태를 인식하고 있어 장래의 변제지체 또는 변제불능에 대한 위험을 예상하고 있거나 예상할 수 있었다면, 피고인이 구체적인 변제의사, 변제능력, 거래조건 등 거래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을 허위로 말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이 그 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만 가지고 변제능력에 관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거나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참조).

또한 사업의 수행과정에서 이루어진 거래에 있어서 그 채무불이행이 예측된 결과라고 하여 그 기업경영자에 대한 사기죄의 성부가 문제된 경우, 그 거래시점에서 그 사업체가 경영부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사기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발생한 결과에 따라 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설사 기업경영자가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을 때에는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1. 3. 27. 선고 2001도202 판결 참조).

 

4. 대상판결의 의미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하여 사기죄를 규정하고 있다.

거래계의 실무상 계속적으로 거래를 해 온 당사자 사이에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민사소송을 제기함에 그치지 아니하고 사기죄로 고소까지 하는 경우가 빈번한바(민사의 형사화), 대상판결은 거래당사자 간 채무불이행과 고의의 기망행위를 바탕으로 한 사기죄의 구별 기준을 제시하는 판례로서 의미가 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