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法治)’란 ‘법의 지배’를 말한다. 이는 통치권자 또한 입헌주의 지배구조에 따라 법의 통제대상이 된다는 것이며, 사법부의 온전한 독립을 의미한다. 반면 ‘인치(人治)’는 ‘법을 이용한 지배’다. 인치로 작동되는 나라에서는 법이 국민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통치권자의 지배도구가 되어 국민을 억압하게 된다.

작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충격적인 일련의 사태는 법치가 인치에 의해 흔들리는 위태로운 상황의 반증이다.

국민이 주권으로 뽑은 대통령 뒤에 숨어 국정에 개입해온 비선 실세의 실체, 이에 줄줄이 유착된 ‘부패 기득권 세력’들의 흔적, 그럼에도 여전히 늦장수사·뒷북수사 행태를 보이는 검찰. 이를 보는 대한민국 국민의 상실감과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극에 달하고 있다. 집단 트라우마가 우려될 정도다.

법치주의는 애초에 일반시민이 아닌 통치자를 구속하는 통치의 원리다. 국회에서 정한 법률에 의해서만 통치를 가능케 해 절대권력의 자의적 지배를 막고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원하는 법치주의는 통치의 내용과 상관없이 법절차를 지키기만 하면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형식적 법치가 아니다. 왜곡된 국가에서는 형식적 법치가 오히려 권력의 독재를 강화하고, 법의 지배가 법을 이용한 지배, 즉 ‘인치’로 변질된다. 청와대 눈치를 보며 미적대는 검찰을 믿지 못해 ‘비선 특검’ 도입 얘기가 나오는 우리나라 현실은 불행히도 이와 같은 법치의 변질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5일 대한변협과 법조언론인클럽은 ‘누구를 위한 법조인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법조인 그리고 법치주의의 존재이유에 대한 본질적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결국 권력의 부패와 남용을 막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데 결론이 모아졌다.

위기일수록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 법조인들은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진정한 법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법치란 결코 권력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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