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설립된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프로보노 인스티튜트(Pro Bono Institute, PBI)’는 로펌 변호사들이 총 근무시간의 3~5%를 공익활동에 기여하기로 서약하는 ‘로펌 프로보노 챌린지(Law Firm Pro Bono)’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에는 미국 내 140여개의 대형 로펌과 기업 법무팀 100여개가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PBI의 활동은 변호사 개인에 맡겨져 있던 공익활동을 로펌의 사회적 책임이자 의무로 전환시켰고, 특히 미국변호사협회(ABA) 등 주요 기관, 단체가 로펌 순위를 정함에 있어 공익활동을 중요한 요소로 포함시킴에 따라 로펌간 경쟁이 촉발되게 함으로써 로펌 공익활동을 활성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로펌 중 공익활동을 모범적으로 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오멜버니&마이어스(O’Melveny Myers)와 심슨 대쳐(Simpson Thacher)의 변호사 1인당 연간 평균 공익활동시간은 약 100시간으로 총 업무시간의 6%에 달한다. 우리나라 로펌의 경우 1인당 평균 공익활동 시간이 40시간을 넘는 곳이 1개에 불과하고, 대체로 20시간을 넘기는 정도로 총 업무시간의 1~2%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2014년 PBI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 주요 로펌들은 파트너 변호사의 공익활동을 장려하는 방법으로 파트너의 자기평가나 인사평가(annual review)에 포함시키거나(81%), 공익활동 수행에 대하여 보상을 주고(75%), 보상에 반영되는 공익활동 수행 시간을 제한하는 경우는 24%에 불과하다고 한다.

PBI는 세컨드 액트(Second Acts)라는 은퇴변호사를 위한 공익활동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1998년 마크 갈란터(Marc Galanter)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1999년 미국 100만명의 변호사 중 1%가 공익변호사인데, 2011년 미국 변호사의 25%가 65세 이상으로 그중 5%인 1만2500명만 공익변호사 활동을 해도 수는 2배가 되는 셈이라고 한다.

‘세컨드 액트’는 각 지역의 변호사회 및 법률 구조 협회(Legal Aid Society) 등 공익법 NPO들과 함께 은퇴하였거나 은퇴를 준비하는 시니어 변호사들의 공익활동 참여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자리잡고 있다. 로펌 입장에서는 공익활동 시간을 채울 수 있고 젊은 변호사 교육에 활용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은퇴 변호사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20여년 전 처음 변호사를 시작하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 ‘로펌은 가치집단’이라는 것이었고 가치집단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 궁금했다. 그 가치집단을 누군가 보여주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건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였다.

미국 지미 카터 전대통령은 대통령 퇴임 후의 멋진 삶으로 유명한데, 나이 드는 것의 미덕이라는 책에서 공익과 가치에 봉사하는 노년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다.

나의 은퇴 이후는 어떠할까. 등산할 때 깨닫는 건 오르는 시간만큼 내려가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은퇴 준비는 생각 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는데,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 걸까. 우리에게도 ‘세컨드 액트’가 필요하지 않을까. 은퇴 변호사의 경험과 식견은 여전히 아름답게 활용될 수 있다. 은퇴를 공익활동으로 준비하는 아름다운 변호사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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