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2년 이상 경과한 법원의 장기미제 사건은 8557건에 달한다.

대법원은 10월 18일 서울 서초동 대회의실에서 ‘4차 산업혁명의 도전과 응전: 사법의 미래’를 주제로 ‘2016 국제법률 심포지엄’을 열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급격한 사회 변화에 대응할 사법부의 미래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위 두 가지 뉴스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거창한 미래 전략 심포지엄보다는 오히려 장기미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심포지엄이 더 급할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이 말해 주듯 재판을 통한 국민 권리 구제의 핵심은 신속한 재판이다. 재판이 길어지면 돈은 돈대로 들고, 시간은 시간대로 써야 하고, 신경은 신경대로 써야 하기 때문에 국민은 불행해진다.

물론 기술융합과 결합이 빈번하게 일어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의 소비와 생산방식이 근본적인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도 하고, 인공지능의 발달로 우리의 정체성까지 변화를 겪게 된다는 것이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의 말이고 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리 사법의 미래 전략을 세우는 것은 필요한 일이고, 이런 점에서 대법원의 이번 심포지엄 개최는 환영할만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대법원이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는 일이다. 당장 알파고 판사가 나타나 밀린 재판을 뚝딱 해치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보면, 먼 미래 얘기를 하기에 앞서 눈앞에 닥친 재판 지연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 이를 해결하는 게 먼저다.

오늘의 법조계 위기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데 있다. 법조계가 신뢰를 상실한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 재판 지연도 한 몫 한 것이 사실이다.

급해서 부른 119구급차가 빨리 올 것을 기대하듯 국민은 법원이 내 재판을 빨리 해주리라 기대한다. 재판에서 공정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신속성이다. 신속한 재판은 법조계가 신속하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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