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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기자실]상식의 역할
이범준 경향신문 기자  |  weiv@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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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호] 승인 2016.10.24  10: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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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14일 서울고등법원 국정감사를 취재하기 위해 김동건 법원장 뒤에 서 있었다.

법제사법위원회에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있었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재판도 여러 차례 받은 초선의원이었다. 그런데 노회찬 의원은 갑자기 “재판장님!” 하고 소리를 질렀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 고등법원장님, 제가 재판을 받아본 적이 있어서 그 얘기가 불쑥 나왔습니다.”

부끄러워하는 얼굴이 됐다. 지켜보던 나는 비법조인 법사위원이라 어설프다고 생각했다. 노회찬 의원은 질문했다. 2002년 대선자금 재판이 한창이던 때였다.

“서정우 변호사 경우에는 감형사유가 ‘피고인이 오랫동안 법조인으로 사회에 기여했다’는 겁니다. 심이택 대한항공 부회장의 경우 ‘전문경영인으로서 한 직장에서 수십년간 성실하게 재직해 온 점’이 감형사유입니다. 저는 많은 재판을 보지 못했습니다만 ‘수십 년간 땀 흘려서 농사를 지으면서 우리 사회에 기여한 점을 감안하여 감형한다’거나 ‘산업재해와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수십년간 땀 흘려 일하면서 이 나라 산업을 이만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공로가 있는 노동자이므로 감형한다’ 이런 예를 본 적이 없습니다.” 정신을 놓고 있던 나의 머리가 쿵하고 울렸다.

하지만 노회찬 의원은 예외적으로 특별한 경우였다. 이후 법조담당을 계속하면서 법사위원에게 기대와 실망을 거듭했다. 비법조인 출신은 공부를 안 하는지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날리고, 법조인 출신은 법조의 인습에 물들어 뭐가 나쁜지 구분도 못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13일 대검찰청 국정감사. 김주현 대검찰청 차장이 김정주 넥슨 대표의 부친 소유의 강남 빌라를 매입해 문제가 되었다.

이금로 특별검사팀이 7월 12일에 김정주 대표의 휴대전화요금 청구지를 압수수색하러 갔다가, 그곳에 김주현 차장이 사는 것을 알고 돌아왔다.

김수남 총장은 “(다른 사람이 산다면 압수영장을 집행하지 못하는 게)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말했다.

“이 자리는 사법시험 보는 자리가 아닙니다. 검찰이 모든 일에 그런 식으로 답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검찰 얘기를 안 믿는 겁니다. 누가 검찰에 자정작용 일어나 문제를 걸러낸다고 생각하겠습니까.”

12년 전 서울고법 국정감사장이 쿵하고 떠올랐다.

상식의 날카로움도 전문성의 예리함도 없는 것은 법사위원이 아니라 명색이 12년째 법조기자인 나 자신이었다. 법은 상식을 벗어나지 못한다, 벗어나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걸 감시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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