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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기자실]레미제라블과 백남기
장용진 파이낸셜뉴스 기자  |  ohngbea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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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호] 승인 2016.10.17  10: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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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 속에서 자벨 경감은 악인 중의 악인으로 나온다. 인정은 물론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인데다 주인공인 장발장을 마지막까지 괴롭히는 ‘스토커’이기까지 한 인물이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자벨 경감을 ‘악인’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타인의 재물을 훔치거나 빼앗은 것도 아니고 사기행각을 벌인 것도 아니다.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폭행을 저지르지도 않았다.

작품을 잘 살펴보면 그는 그저 법과 질서를 지키려했고 법을 어긴 범죄자를 잡아가두려 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상당수 사람들은 자벨 경감을 악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에 왠지 주저할 수 밖에 없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벨 경감에게서는 도대체 사람냄새라는 것이 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법과 질서라는 것 역시 결국에는 사람을 위해 생겨난 것인데 제도가 인간 위에 군림하는 것을 보면서 누구나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 헌법은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존엄한 존재이며 누구나 행복을 누릴 권리를 갖는다고 밝힌 헌법조문을 읽다보면 이것이야 말로 휴머니즘의 결정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설령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우리 사회가 적어도 자벨 경감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체제는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몇몇 사건들을 살펴보면 ‘어쩜 사람들이 저렇게 모질 수 있을까’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농성장 옆에서 ‘폭식투쟁’을 벌인 젊은이들이야 아직 철부지여서 그렇다치더라도 ‘나라 위해 죽은 것도 아닌데 웬 보상금이냐’며 악을 쓰던 중장년의 여성들을 보면 뒷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합의에 반대하는 위안부 피해자들 앞에서 “나라를 위해 양보하라”고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면 전체주의의 섬뜩한 망령이 깃든 것 같기도 하다.

정파적 갈등이 극에 달하다보니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체제와 제도를 수호하려면 꼭 그렇게 잔인해져야 하는 것인지 정말 진지하게 묻고 싶다.

지난해 시위 도중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사경을 헤매던 백남기 농민이 얼마 전 끝내 숨지고 말았다. 그 사건을 놓고 다시 한번 살벌한 언사들이 오가는 모양이다. 심지어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유족들이 치료를 거부해 고인이 숨졌다’는 억지주장까지 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을 위한 일이라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누군가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짓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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