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에는 ‘아재’란 말이 유행이다. ‘아재’의 사전적 의미는 아저씨의 낮춤말이지만, 실제 의미는 훈계하기를 좋아하고 세태에 둔감하며 실없는 농담을 즐기는 중년 남성을 말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경험을 내세워 소신 아닌 고집을 부리는 ‘꼰대’를 순화하여 귀여움(?)을 강조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아재’인지 아닌지 확인 할 수 있는 항목의 일부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아재’는 사람을 만나면 나이부터 확인하고 어린사람에게는 반말을 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강요하며, 요즘 젊은 사람들은 노력을 하지 않고 세상 탓만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고위 공직자나 사회지도층 등과의 개인적 인연을 강조하면서 인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 밖에도 대략 20개 이상의 항목이 있다.

테스트 항목를 살펴보면서 ‘혹시 나도 아재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생물학적 나이로 30대 중반이고 사회활동도 몇년 하지 않은 필자가 벌써부터 불안해 할 필요는 없지만, 점점 적어지는 머리숱을 걱정하여 대비하는 것처럼 미리부터 항상 경계하는 마음을 가지고 산다.

변호사를 하면서 만나는 의뢰인들은 40대와 50대가 대부분이다. 학교에서 공부만 하면서 또래들만 사귀다가 최근 몇년 사이에 가장 많이 ‘아재’들을 만난 것 같다. 그들 중 일부는 하나 같이 ‘인맥’을 자랑한다. “변호사님, 제가 OO변호사도 잘 알고, OO 판사도 제 고등학교 동창이고요, OO검사는 어린시절 같은 동네 살면서 멱도 감고 골목도 같이 뛰어다니고….”

물론 사건 내용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는 자기 소개다. 일부 ‘아재’ 의뢰인들은 인맥을 자랑하면서 한편으로 변호사인 내가 판사나 검사를 잘 아는 변호사였으면 하는 희망을 가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까진 내세울만한 법조 인맥이 없는 필자로서는 할 말이 없다. 최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인맥과 청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 사회의 문화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위 법의 다른 이름은 아마도 ‘아재 금지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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