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의 경제적 추락 속도가 가파르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올 상반기 서울회 소속 회원들의 1인당 사건 수가 1.69건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건당 수임료가 급감한 현실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개업 변호사가 사실상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익히 알고 있듯이 애초부터 설계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수요에 대한 정밀한 예측 없이 변호사를 대량으로 공급하기 시작한 때 사달은 이미 시작되었다.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다. 시장경쟁에 맡겨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과거 위정자들은 변호사에 대한 비우호적 국민감정을 타고 변호사를 대폭 늘리려는 시도를 계속했고, 변호사들은 제 밥그릇 뺏기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대응했다.

어느 날 갑자기 변호사가 2배 이상 배출되기 시작했다. 변호사의 무기력을 목도한 타 직역 종사자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변호사 직역을 침탈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개업한지 20년 이상 된 중견 변호사조차 사무실을 유지하지 못해 잇달아 파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대한변협의 ‘변호사 생존권 투쟁’은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가로서 사회적 책임성과 직업적 윤리성을 가져야 하지만, 동시에 생계유지를 위한 직업인임을 사회에 분명히 인식시키고, 변호사들의 생존 기반을 무너뜨리려는 엉뚱한 시도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경고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변호사의 사명인 인권옹호나 사회정의 실현도 밥을 먹어야 가능하다.

본인이나 가족이 빈곤층으로 전락해 하루하루의 생계를 걱정하는 상황에서 과연 변호사가 자존감을 지키며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우리 변호사들이 체면 차리고, 더 이상 뒤에 물러나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 변호사 수를 감축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 나서지 않으면 변호사는 조만간 직업이 아니라 돈 있는 사람의 취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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