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에게는 ‘김영란법’으로 더 잘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드디어 시행되었습니다. 시행 전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에 등장하는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저는 단순하게 ‘시행 전에 공무원 그만 두길 잘했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법률이 시행되고 보니 김영란법은 저에게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법률이었습니다.

얼마 전 제 수업을 듣는 학생으로부터 “취업이 되었는데 출석 인정은 어떻게 되느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취업이 되었다니 일단 축하부터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출석에 관해서는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관행처럼 이루어지던 학기 중 취업이 된 학생이 교수에게 남은 수업의 출석을 인정해 달라고 하는 것이 부정청탁이 된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랴부랴 알아보니 교육부에서 “학칙을 개정하면 학점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각 학교에 보냈다고 합니다. 또 현재 참여하고 있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위원, 서울시 공익변호사단 활동 등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공무수행사인으로서 법 적용 대상이므로 주의해 달라는 메일도 받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장 다음 주에는 공무원인 지인의 결혼식도 있습니다.

단순하게 공무원들만 신경 쓰면 되는 법이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신경 안 쓰고 살다가는 범죄경력조회서에 한줄 남길 수도 있겠다는 위기의식도 들었습니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부정청탁금지법 특강’을 실시한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시행 초기 혼란은 예상을 했지만 그에 대한 대비는 많이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점 인정 문제도 그렇고, 시행 이후 제1호 신고가 대학생이 교수에게 캔 커피를 하나 준 것이라고 하고, 또 법원과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석이 다른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법령이 개정되고 또 법원의 판례가 축적되면서 나아지기는 하겠으나, 그때까지의 혼란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이렇게 혼란스러울 때에는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자는 공직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것이 국민 불편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연수원 조모임 때나 겨우 얼굴을 볼 수 있었던 판사나 검사 조원들은 당분간 더 만나기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법률이 정착되고 나면 오히려 주변 눈치 볼 것 없이 동료로서 당당하게 만나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김영란법은 인간관계를 단절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법은 아닐 테니까요.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