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대한변호사협회 주최로 의뢰인의 변호사와의 의사교환 및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해서 작성한 서면 등 결과물을 누구든지 공개할 것을 요구하거나 범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 입법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미국에서는 ACP(Attorney Client Privilege), 영국에서는 LAP(Legal Advise Privilege), 그 외 유럽국가에서는 LPP (Legal Professional Privilege) 등으로 불리는 이 권리는 변호사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이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변호사라는 제도는 그 존재 자체에서 흔들리게 된다. 필자는 이 제도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해왔고 2013년에는 이를 단일주제로 하는 상당한 분량의 책도 출판하였다. 제19대 국회에서 노철래 의원안으로 법안도 발의되어 입법을 기대했고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도 했지만 결국 좌절되었다.

이미 제19대에 발의되었다가 회기 내 처리가 되지 않아 자동 폐기된 법안이라 제20대에서 다시 법안이 발의될 수 있을지, 발의가 된다고 하더라도 과연 통과가 가능할지 등에 대해서 공청회에서도 논의가 있었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입법을 국회에서 주저한다면 이는 국회의 존재의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이 다른 선진국가의 국민에 비해서 헌법 제12조 제4항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서 기본권 보호에 미흡한 상황을 국회가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이 제도의 입법에서는 3가지 국면, 즉 변호사와 의뢰인간의 의사소통 내용(Attorney Client Communication) 보호,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해서 작성한 서면 등의 보호(Work Product Doctrine) 그리고 최근 한 재벌 사건의 수사와 관련해서 대형로펌을 압수수색한다고 해서 논란이 되었던 압수수색의 허용 여부와 범위에 대한 점이다. 입법은 변호사법과 형사증거법 양면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형사증거법적으로는 완전한 배제(full suppression)가 필요하다.

법률전문가들조차도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와 필자가 입법을 주장하는 ACP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양자는 분명히 구별되며,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영미법에서만 인정된다고 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ACP는 대륙법계 국가에서도 보호되고 있다. 현재의 변호사의 증언거부권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사안에서 전문법칙의 문제로 해서 결과론적으로 변호사가 작성한 의견서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지만 이번 압수수색 사건에서 현행 제도가 가지는 한계는 분명히 드러났다. 만일 필자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입법적 보완이 없다면 현행 판례하에서는 또 다른 문제점이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또 시끄럽게 대륙법, 영미법 논의만 하다가 조용해진다면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한 사람의 변호사로서 슬픈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고 본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인권옹호노력은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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