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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원고로펌(Plaintiffs’ Firm)
김주영 변호사·사시 28회  |  jykim@hannuri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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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호] 승인 2016.10.10  09: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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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미국의 법률시장에서는 원고 대리를 전문으로 하는 플레인티프 펌(Plaintiffs’ Firm), 즉 원고로펌이라는 용어가 있다. 원고로펌은 주로 불법행위의 피해자를 대리하여 적극적으로 법적 구제를 꾀하는 사건을 담당하는 로펌을 의미하는데 증권사기(securities fraud), 독점법위반(antitrust violations), 제조물책임(product liability), 의료과오(medical malpractice), 소비자권리(consumer rights), 근로자권리(employee rights), 상해사건(personal injury) 등에 있어서 원고가 되는 피해자나 피해자집단을 대리하는 것을 전문으로 한다.

하버드대 로스쿨은 매년 로스쿨 졸업생들에 대한 취업정보 제공차원에서 ‘민간 공익로펌 및 원고로펌 가이드(Guide to Private Public Interest and Plaintiffs’ Firms)’ 라는 소책자를 발간하고 있는데 2013년도에 개정된 이 가이드 북의 말미에는 캘리포니아주에 123개, 뉴욕주에 69개를 비롯하여 미국 전역에 있는 총 482개 민간 공익로펌 또는 원고로펌의 명단과 전문분야, 채용정보가 빼곡히 정리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변호사 수가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교통사고, 의료소송, 증권소송, 환경소송, 정보유출소송 등에 있어서 원고대리를 전문으로 표방하는 사무실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법률시장의 전문화라는 측면에서 이런 현상은 무척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사법시스템 하에서 원고대리를 전문으로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입증책임이 주로 피해자인 원고에게 있는 반면, 영미의 증거개시(Discovery)제도와 같이 피고가 가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없으며, 문서제출명령의 불응에 따른 제재도 미약하기 때문에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 패소할 위험이 크다. 피해자들은 수임료를 안정적으로 지불하기 어려운 경제적 약자인 경우가 많은데다가 인지대 등을 선납해야 하는 등 원고 측의 비용부담이 크다. 불특정다수의 소액 피해자들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는 집단소송제도는 아직 증권분야에만 도입된 상태이어서 피해자들을 모으기도 어렵다. 징벌적 배상은커녕 과실상계나 책임제한 때문에 실손해에 대한 배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원고대리를 하는 로펌들도 사무실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부득이 기업자문이나 피고대리도 함께 취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원고소송대리에는 간과할 수 없는 매력들이 있다. 첫째, 주로 피해자들인 원고들을 대리하여 창의적으로 권리구제를 도모함으로써 정의의 실현, 법치주의 확대에 기여했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둘째,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지식과 경험을 쌓고 보다 성장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으며, 셋째, 승소했을 경우 피고대리보다 더 큰 경제적 보상을 얻을 수도 있다.

미국 원고로펌 에스티&봄버거(Estey & Bomberger LLP) 소속 제프 베니언(Jeff Bennion) 변호사도 원고로펌의 장점으로 첫째, 창의성(Creativity)이 보상을 받으며, 둘째, 효율성(Efficiency)이 보상을 받으며, 셋째, 결과(Results)를 통해 보상을 받는다는 점을 들었다.

필자도 변호사생활을 시작한지 만 5년이 되는 1997년에 기업자문을 전문으로 하는 대형로펌에서 원고소송대리로 방향을 전환하여 이제 어느덧 20년이 되어간다. 실패와 좌절도 있었고 어려운 점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피해자들에게 현실적인 보상을 가져다주고,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 내고, 전문성을 키워가고, 사무실을 성장시켜 나아갈 때 느끼는 보람은 이러한 어려움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원고대리를 표방하는 변호사들과 로펌들이 얼마나 잘 자리 잡아 나아가는가는 우리나라 법률시장 전체의 건전한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건을 만들어내는 쪽이 원고 로펌 쪽이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의 숨은 권리를 찾아내어 권리구제를 도모하고, 철저히 사실을 조사하여 치밀하게 증거조사절차를 진행하여 진실을 드러내고, 새로운 유형의 사건에 적용되는 법리를 연구하여 새로운 판례를 만들어 나갈 때 원고소송로펌들의 활동은 법률시장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반면 원고소송로펌들이 팩트에 대한 조사와 법리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고, 브로커 등을 활용한 편법적인 마케팅의 유혹에 넘어가고, 착수금을 받기 위해서 승산이 없는 소송을 남발하는 등 피해자들을 봉으로 취급하면 법률시장을 오히려 혼탁하게 만들 수 있다.

이제 우리 법조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원고로펌들이 우리 법률시장의 발전에 기여하는 쪽으로 선전(善戰)해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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