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정부안으로 발의된 행정사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서류 작성과 제출 등 사실행위 대행 업무를 해 오던 행정사에게 법률사무인 행정심판대리권과 법제 등에 대한 자문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왜 이 시점에서, 특히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이런 법안이 나왔을까. 행정자치부는 국민편익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행정사가 행정심판대리권과 법률제정 등에 대한 자문권한을 갖게 되면 국민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비전문가에게 쟁송을 맡겼다가는 국민이 큰 손해를 보기 쉽다.
혹 공무원출신 행정사를 선임하면 현직들과의 친분관계를 이용해 인허가 등을 쉽게 받을 수 있으니 그게 이익이란 것인가. 그런 생각이라면 행정자치부장관은 지금 당장 물러나야 한다. 국민의 녹을 먹는 고위공직자가 직역이기만을 위해 부정부패고 뭐고 눈감겠다면 돌 맞을 수밖에 없다.
저렴한 비용 운운하지만, 이미 변호사수가 시장수요를 충족하고도 남는 현재 상황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오히려 행정사의 행정심판 대리가 입법화되면 소요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전직 고위공무원이 현직에 영향을 끼쳐 인허가권 등을 따낼 수 있다며 요구하는 보수가 과연 변호사 보수보다 적겠는가.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수만 명이나 되는 이 시점에서, 그럼에도 행정사가 쟁송업무를 해야 한다고 하려면 적어도 이치에 맞는 이유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행자부가 내세운 논리 중 그런 것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전직 장관들이 행정사 사무실을 여는 데 때맞춰 행정사에게 행정심판대리권과 법률 제정 등에 대한 자문권을 부여하고 행정사법인을 설립하게 하고 가칭 대한행정사회를 만들어 의무가입까지 하게 한다는 것은 오로지 전현직 공무원만을 위한 것이다. 행정자치부장관은 직역이기주의에 매몰돼 이렇게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국민을 우롱한 책임을 도대체 어떻게 지려는가. 그나마 빨리 개정안을 철회하고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나랏돈으로 사는 사람의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