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년간의 고용변호사 생활을 그만두고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후 서울 소재 모 중학교의 명예교사로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위 중학교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였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회의가 시작되고 책임 교사의 학교폭력 사안 조사 결과 보고가 있었다.

가해 학생 4명이 모여 4~5회에 걸쳐 피해 학생을 때리고 피해 학생으로부터 돈을 빼앗은 사건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피해 학생이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하자 가해 학생 중의 한명이 이를 혼내주겠다며 시작했던 것이 점차 확대되었고, 종국에는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을 집단적으로 괴롭히고 피해 학생의 돈까지 갈취한 것이었다. 피해 학생 측에서는 가해 학생들을 고소하여 별도로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먼저 피해 학생과 보호자를 입장하게 하여 의견진술기회를 주었다. 피해 학생 측에서는 가해 학생들이 겉으로만 잘못했다고 하고 실제로는 아무런 반성을 하고 있지 않다며, 추가적인 피해가 우려되니 가해 학생 전원을 전학 조치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하였다.

피해 학생 측이 퇴장한 가운데 가해 학생과 보호자의 의견진술을 들은 다음, 가해 학생에게 어떠한 처분을 내릴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논의 끝에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와 특별교육이수에 더하여 소극적 가담자 1명은 학급을 교체하고, 적극적 가담자 3명은 강제전학 시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나는 강제전학 조치에 대해서만은 반대하였으나, 대부분의 위원이 학교폭력에 대하여 단호한 입장이었고, 결국 가해 학생 3명은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강제전학을 가게 되었다.

가해 학생의 부모들은 사건을 인지한 후 피해 학생 측을 만나 사과하고 용서를 빌기를 원했으나 피해 학생 부모의 거부로 대화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 속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회의가 열렸고, 결국 양자간 갈등 해결이나 화해는 불가능하였다.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피해 학생의 보호, 가해 학생의 선도·교육 및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간의 분쟁 조정을 통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실제 운영을 살펴보면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고 상처를 치유하기보다는 가해 학생에 대한 징계와 처벌 위주로 흘러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학교폭력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도 회복적 정의의 관점에서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간 화해와 조정의 기능이 강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