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59115 판결

1. 사실관계

피고는 2012년 4월 3일 원고와 사이에, 시설물과 포장공사를 공사기간 2012년 4월 3일부터 2012년 7월 19일까지로 정하여 원고에게 하도급하는 내용의 공사하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하도급계약조건 제25조 제1항은 ‘원고 또는 피고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 서면으로 계약의 이행을 기간으로 정하여 최고한 후 동 기간 내에 계약이 이행되지 아니하는 때에는 당해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해지사유의 하나로 제6호에서 ‘제14조 제1항에 의한 공사의 정지기간이 전체공사 기간의 50/100이상인 때’를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제25조 제5항은 ‘피고 또는 원고는 제1항에 의한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원고는 이 사건 하도급 공사 중이던 2012년 6월 21일 피고에게, 선행공정의 미비로 인해, 현재 상황에서는 입찰 당시 고려되지 않은 장마철 식재로 인하여 수목의 하자 위험이 증가되고 장비 및 인원 투입의 효율성도 떨어지게 되어 심각한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태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피고는 2012년 7월 16일 협력업체 대표자회의에서 부대토목공사업체들에게 현재의 공정으로는 포장공사가 불가능하다며 장비 및 인원을 추가 투입하여 토공, 오수공, 포장공 등 각공종을 병행 시공하여 공정을 만회하여 줄 것을 촉구하였고, 원고에 대하여는 조경부지 현황을 파악하여 정지작업을 우선 시행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피고는 2012년 7월 20일 원고에게 계약금액의 조정에 대한 아무런 언급 없이 조속히 계약기간을 변경하고, 공사이행증권의 기간을 연장하여 발부해 줄 것을 촉구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2년 7월 23일 작업인원을 현장에서 철수시키고 2012년 7월 25일 피고에게, 당초 계약기간과 상이한 내용으로는 원가 상승과 하자의 증대 우려로 인하여 공사 추진이 불가하다고 판단된다며 공사 정산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원심 법원의 판단

원심법원은 원고의 이 사건 하도급계약 제25조 제1항에 따른 해지는 적법하다고 판단한 후, 동 해제사유는 약정해제사유를 규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약정해제권 내지 약정해지권 행사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계약의 해제·해지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하도급계약에 따라 지출한 비용을 손해로 배상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3. 대상판결

원심은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해제·해지사유와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하면서 일반원칙과 달리 약정해제·해지사유로 해제·해지된 경우에는 상대방의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 전부를 배상하기로 한 취지라고 하려면 그럴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먼저 밝혀 보았어야 한다. 나아가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지출비용 상당의 배상은 이행이익의 범위를 초과할 수 없는 것이므로 원고가 공사로 얻을 수 있었을 이행이익이 얼마인지, 그 이행이익의 존부는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원고가 청구하는 지출비용이 이행이익의 범위 내인지 등에 대하여도 추가로 심리해 보았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판단을 하는 데 필요한 사실관계 등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피고는 그의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계약해지로 인한 손해의 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단정하였으니, 거기에는 손해배상책임의 인정 여부 및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파기환송).


4. 판례의 의의

대상판결은 상대방의 채무불이행과 상관없이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계약을 해지 또는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약정해지·해제권을 유보한 경우에도 상대방에게 책임이 없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고 그것이 자기책임의 원칙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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