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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행정자치부 장관에게 묻는다
황용환 변협 사무총장  |  yong233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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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호] 승인 2016.09.26  09: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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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행정자치부가 행정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행정사에게 행정심판 대리권과 정책이나 법제에 대한 자문권 등을 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행정자치부는 이번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국민 권익의 적극적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행정심판은 상대적으로 소소한 사건으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비율은 8% 수준”이고 “변호사보다 적은 비용으로 행정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게 해달라는 중소기업 등의 건의사항을 반영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필자는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묻는다.

1. 법적 쟁송 절차의 대리권을 법적 전문지식이 없는 무자격자에게 맡기는 것이 국민의 권익을 위한 것인가

행정사 시험과목은 1차가 민법, 행정법, 행정학 개론으로 나뉘어져 있고, 2차 시험은 민법, 행정절차론, 사무관리론, 행정사실무법 등으로 되어 있다. 10년 이상 근무하거나 6급 이상의 직에서 5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은 1, 2차 시험 전과목을 면제 받는다. 이에 행정사들 99.5%가 절차법은 물론 실체법에 대해서도 문외한이다.

그런데도 행정사법 개정안은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해당 교육과정 이수자’라는 요건을 충족시키면 행정심판을 대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새로운 시험이나 자격 요건을 요구해도 부족할 판에 최소한의 요건이나 자격도 정하지 아니한 채 대통령령에서 정한 최소한의 교육과정만 이수하면 행정사 자격증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의사 면허 없는 자에게 수술을 맡기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2. 행정사들은 ‘행정심판 대리’ 자격을 취득하여 무슨 업무를 하겠다는 것인가

행정심판은 행정청의 위법 또는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불행사 등으로 인해서 권리·이익이 침해받았을 경우 신속하고 간편하게 구제받을 수 있는 쟁송절차다. 즉 행정심판은 ‘행정제도 내에서 발생하는 행정절차’가 아니라, ‘위법·부당한 행정처분에 대해서 이를 다투는 분쟁해결절차’로, 애초 국민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한정된 사실행위만을 수행하게 할 목적으로 도입된 행정사가 대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사실 애초에 합법적 해결 절차를 배운 바 없는 자들이 개입하여 분쟁을 법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결국 법적 주장이나 근거보다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연륜, 인적 네트워크 등을 이용한 해결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고, 행정사는 결국 힘 있는 고위직 출신들이 현직 ‘관피아’들과 어울려 ‘전관비리’를 행하는 합법적 통로가 되고 말 것이다. 이거야말로 대놓고 관피아 노릇하고 전관비리 저지르겠다는 심사가 아닌가.

3. 행정사가 변호사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절차를 수행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기본적인 서면 작성 대행을 주로 하는 행정사들의 월수입은 월 200만원 정도이지만, 인·허가 절차 등의 자문을 이유로 고위직 행정사들은 연 1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전직 장관이 행정사를 한다면 과연 얼마의 보수를 지급하면 그를 고용할 수 있을까. 고위직 공직자 출신들이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에서 자신의 과거 지위·인맥 등을 이용하여 해결방법을 찾아주면서 자문료를 받는다면 그 비용이 정말 변호사보다 저렴할까.

4. 행정청은 자신의 상급청의 장이었던 자가 대리인으로 선임되었을 때 과연 공정할 것인가

예를 들어, 광역시장이 (전)행자부장관의 주장을 얼마나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러한 상황에서 광역시장의 심판 결정에 대해서 국민들은 그 심판이 공정하다고 믿어줄 것인가. 행정심판은 위법·부당한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자신의 권익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민원인(심판청구인)’이, 그 행정처분을 발령한 ‘행정청(피심판청구인)’에 대하여, ‘상급 행정청(심판자)’을 상대로 그 처분이 위법·부당한지에 대해 판단을 구하는 쟁송절차이다. 그런데 ‘심판청구인’의 대리인이 판단을 내릴 ‘심판자’의 전급 행정청이었다면, 일반 국민들은 그 심판 절차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믿을 수 있을까.

5. 장관은 저렴한 보수로 질 좋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사실을 정녕 모르고 있는가

정부는 로스쿨 제도를 시행하여 직역별 전문변호사를 대량 배출하고 있다. 2015년 12월 13일 기준 국내 변호사 수는 2만433명으로 집계되고 있고, 20년 뒤에는 변호사 수만 5만명을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변리사, 법무사, 노무사, 회계사 등 유사직역에서 법조 관련 업무 중 일부를 수행하고 있다. 이미 전문가는 충분하고, 아무런 법률지식도 갖추지 못한 행정사에게까지 행정심판 대리를 추가로 허용해야 할 사회적 필요가 없다. 장관이라는 사람이 현실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가.

행정자치부 장관은 위 질문들에 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느 한 질문에라도 명쾌한 답을 내지 못한다면 행정사법 개정안을 철회하라. 동시에 국민을 우롱한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사퇴하라. 오로지 직역이기를 위해 법치주의를 후퇴시키고 국가기강을 흔든 장관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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