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재정신청제도다. 재정신청제도는 기소독점으로 인한 검사의 불기소 권한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몇 차례 법 개정을 거치면서 최초 취지와 달리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받아온 지 오래다.

1954년 제정형사소송법은 고소인뿐 아니라 고발인에게도 재정신청권을 인정하고, 법원이 지정한 공소유지변호사가 재정신청사건을 담당하게 했다. 이후 유신정권하에서 대상범죄가 크게 축소됐다가 2007년 사법개혁 일환으로 전면적 법 개정이 시도됐으나, 대상범죄 확대에 있어 고발범죄를 제외하고 검사 공소수행제도를 도입하는 등 결과적으로는 개정취지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재정법원이 공소제기 결정을 내려도 불기소처분을 내렸던 그 검사가 다시 공판에 나와 무죄를 구형하거나 구형을 포기하는 기형적 사례들도 발생했다.

변협이 내놓은 재정신청제도 개정안에는 이렇듯 비정상적으로 왜곡된 재정신청제도를 원 취지에 맞게 복원하자는 의지가 담겼다. 대상범죄를 고발사건까지 확대하고, 관할법원을 고등법원에서 지방법원으로 변경하며, 검사의 공소수행제도를 폐지하고 ‘재정담당변호사’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 등이 골자다.

특히 권력형 부패·비리사건, 환경·보건범죄 등 피해자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국가적 법익 침해 사건의 경우 일반시민 등의 고발로 수사가 개시될 확률이 높은데, 고소권자에게만 재정신청권을 부여할 경우 이러한 범죄에 대한 검사의 불기소권한 남용을 방지할 외부통제수단이 사실상 없게 된다. 대상범죄 확대가 재정신청제도 개선의 우선적 목표가 돼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검찰의 의지다. 재정신청제도 개선 시도가 있을 때마다 검찰은 ‘공소의 공익적 성격’ 등을 거론하며 반대해 왔는데, 전·현직 검사장들이 줄줄이 비리로 구속되고 스폰서 검사가 재차 등장하는 마당에 검찰이 공익성 운운하는 것을 받아줄 국민은 많지 않다. 검찰이 진정 공익의 대표자로서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면, 위기를 맞은 지금이 개혁의 적기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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